‘에너미 앳 더 게이트’
‘불을 찾아서’ ‘베어’ ‘티베트에서의 7년’ 등 상업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 프랑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출작. 주드 로, 조셉 파인즈, 레이첼 와이즈 등 요즘 각광받는 주연 배우 외에도 조연을 맡은 에드 해리스, 밥 호스킨스 등 ‘짱짱한’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실제 전쟁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에 강력하게 저항하자 독일은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를 침공한다. 소련군은 독일의 파상공세로 점점 위기에 몰린다. 어느 날 소련군 선전 장교 다닐로프는 전단을 뿌리기 위해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가 병사 바실리의 기막힌 사격솜씨를 보게 된다. 다닐로프는 아군에게 승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바실리를 영웅으로 만들어 아군의 사기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바실리는 다닐로프의 계획에 따라 나치 장교를 처단하는 저격수로 변하면서 전설적인 전쟁 영웅으로 다시 탄생한다. 원제 Enemy at the Gates. 2001년 작. ★★★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시티즌 밴드
‘필라델피아’ ‘양들의 침묵’으로 유명한 조나단 드미 감독의연출작. 주연 캔디 클라크 등. 기문명의 발달이 초래한 현대 사회술문명의 어두운 면을 그린 작품으로 인간 군상의 여러 모습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묘사된다. ‘스파이더’라는 통신명을 가진 트럭 운전사는 괴팍한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며 불법 교신자 단속에 나선다. 통신명 ‘엔젤’은 이중결혼을 한 상대방들이 동시에 찾아와 곤욕을 치른다. 익명으로 의사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갈등이 심해진다. 원제 ‘Citizens Band(1977년)’는 개인용 주파수 및 라디오를 뜻한다. ★★★
◆파이란
감독 송해성. 주연 최민식 장바이츠(張栢芝). 밑바닥 건달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절제된 사랑이 돋보이는 수작. 최민식은 이 작품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평단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3류 깡패 강재는 어느 날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파이란’이란 중국여성과 위장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파이란은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강재의 사진 한 장만으로 사랑에 빠진다. 2001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