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놓고 외교통상부가 국민적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외교부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선다고 한다. 외교안보 부처의 무능력, 무책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제3의 기관’이 진상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국민의 당면 관심사는 AP통신 보도를 둘러싼 의혹 등 외교부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김씨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나머지 외교안보 관련부처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부처간 협조 및 테러대응체계는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됐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마땅히 외교부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끝낼 일이 아니다.
국정원의 경우, 김씨가 납치돼 있던 3주일간은 물론 피랍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모를 일이다. 국정원은 심지어 김씨를 납치한 세력이 4월에 일본인을 납치했던 조직과 같은 단체라고 잘못 파악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이러고도 국정원이 테러 주무부서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전 정권 때부터 해외정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던 숱한 다짐은 공염불이 아니었나 싶다.
외교안보 부처간 총괄 조정역할을 맡은 NSC가 제 역할을 했다면 정부가 이번처럼 난맥상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NSC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씨가 살해되던 그 시각에 대통령이 외교부에서 낙관적인 보고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부터가 NSC의 상황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 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김씨 피살사건은 이 나라의 외교안보 라인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감사원이 모든 외교안보 부처를 철저히 조사해 대수술의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국회도 필요하면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허술한 외교안보 라인을 방치해서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한국에도 이제 테러가 발등의 불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