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제를 끝내고 나니 마치 홍역을 치른 기분이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대구의 음악적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16일 개막된 ‘2004 대구 세계합창페스티벌’이 6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22일 막을 내렸다.
이번 합창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 감독을 맡은 지휘자 이재준(李在俊·40)씨.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홀로 합창페스티벌을 구상한 뒤 해외 유명 합창단의 참가를 섭외하는 등 노력한 결과 지방에서는 좀처럼 열리기 어려운 수준급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5일 “그동안 다양한 음악회를 열었지만 이번 행사가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스태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어려웠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노래, 하나 된 세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열린 이번 합창제에는 미국, 신유고슬라비아연방, 네덜란드, 필리핀, 대만, 중국 등 해외 합창단 6개 팀과 국내 합창단 등 7개 국 9개 팀 250여명이 참가해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대구시내 9개 공연장은 물론 경주, 왜관, 창원 등의 연주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져 한 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비해 공연장 확보와 진행, 관객 동원 등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합창제 기간 중 1만5000여명의 관객이 몰리는 등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
그는 “연주장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추는 등 시민들이 수준 높은 관람문화를 보여줬다”며 “또 연주가 끝난 뒤 많은 청소년이 합창단원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대기실 앞에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또 부족한 예산으로 합창제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 뒤 7일 간 외국인 합창단원들의 숙식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대구 인터불고호텔 측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의 경우 지역의 음악인들과 자치단체 등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치러내지만 우리는 아직 그 단계까지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