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대할 때에도 의사의 문학적 소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손명세 교수(50)는 의학의 영역에 문학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손 교수가 최근 동료 의사와 작가 30여명의 글을 모아 ‘의학과 문학’(문학과 지성사)을 펴낸 것도 그 때문이다.
가끔 문학 등 인문학 교수들을 만날 때 손 교수가 문학에 대해 언급하면 인문학 교수들은 “의사가 그런 것도 아느냐”고 감탄 반, 의심 반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나 의학과 문학은 원래부터 ‘한 몸’이었다는 게 손 교수의 주장이다. 20세기에 의학이 자연과학 일색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오히려 인문학자나 철학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실러, 키츠, 도일, 몸, 라블레, 체호프 등 세계적인 문호들이 모두 의사였다. 혁명가인 체 게바라 역시 의사였다.
의학의 영역이 전문화되면서 의사들은 곁눈질을 할 시간이 없어졌다. 그리고 의사들은 ‘말’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서 가장 큰 피해는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돌아갔다.
“문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그래서 인문학적 교양과 상상력을 갖춘 의사가 환자의 심리를 잘 알 수 있지요.”
손 교수는 의사를 꿈꾸는 많은 후배들에게 문학 공부를 추천한다. 현재 의대생들의 인문학 소양이 너무 모자란다는 것이다. 지금의 의대 교육 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학생들은 예과 시절부터 외부와 ‘성’을 쌓지요. 본과에 들어가면 다른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의사가 되면 전문적 의학지식을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변하지요. 인문학적 소양을 배울 환경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손 교수는 의대 교육과정에 문학 강좌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학교 당국을 설득해 의대 2학년 교양과목으로 ‘문학과 의학’을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 출신인 마종기를 비롯해 김훈, 정과리 등 쟁쟁한 문인들을 강사로 초빙했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다음 학기부터는 수강생 정원을 더 늘릴 예정이다.
손 교수는 다음 학기에 새로운 강좌를 추가로 계획 중이다. 바로 ‘문학과 글쓰기’. 학생들이 직접 글을 써보며 문학의 세계에 흠뻑 빠지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