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위전 도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세돌 9단(왼쪽)과 안조영 8단. 동아일보 자료사진
안개 속을 헤매던 제38기 왕위전 도전권의 향방이 이세돌 9단과 안조영 8단 간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세돌 9단은 26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김주호 4단과의 대결에서 187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1승을 추가해 5승 무패를 기록했다. 이 9단은 조훈현 9단(2승 4패), 안조영 8단(5승 1패)과의 대국을 남겨두고 있다.
이 9단과 안 8단의 대결은 도전자를 가름하는 중요한 고비다. 이 9단이 안 8단에게 이기면 조 9단과의 대국과 상관없이 전승으로 도전권을 딴다. 그러나 패할 경우 조 9단에게 이겨야 동률 재 대국을 바라볼 수 있고, 그에게도 지면 시드에 만족해야 한다.
이 9단으로선 왕위전이 최근 성적 부진으로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왕위전과 인연이 각별하다. 2002년에는 왕위전 도전권을 따내 이창호 9단과 2대 2의 접전를 벌이다가 막판에 패했다. 이밖에 2000년 서봉수 9단, 2001년 조훈현 9단과 안영길 5단, 2003년 조훈현 9단과 동률 재 대국을 벌이는 등 도전권 획득 일보 직전까지 가는 성적을 거뒀다.
이 9단과 안 8단의 역대 전적은 4승 4패. 하지만 2002년 8월 이후 안 8단이 4연승을 거둬 ‘이세돌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제한시간을 남김없이 사용하며 장기전을 펼치는 안 8단에게 이 9단의 날카로운 칼끝은 잘 통하지 않았다. 반면 안 8단도 25, 26일 열린 한중 신인왕전에서 중국 신인왕 추쥔(邱峻) 6단에게 0대2로 완패당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 9단은 올해 21승 6패, 안 8단은 14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 9단과 안 8단의 대결은 7월 5일에 열린다.
우승상금 3500만원인 왕위 타이틀은 이창호 9단이 8년째 거머쥐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