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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핵 해결, 첫걸음 뗐다

입력 | 2004-06-27 18:28:00


지난 주말 제3차 6자회담이 의장 성명을 내고 폐막했다.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위해 ‘가능한 한 조속히’ 첫 단계 조치들을 취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 골자다. 이번에도 1, 2차 회담 때처럼 진전이 없었다면 ‘6자회담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하겠다.

그동안 한 치 양보도 없었던 북-미 양측의 자세가 전에 비해 한결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두 나라는 각각 구체적인 핵문제 해결방안을 내놓았고, 회담기간 내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회담이 첫 번째 회담 같다는 느낌”(이수혁 한국 수석대표) “아직 난관이 많지만 6자회담은 되돌릴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왕이 중국 수석대표)는 말은 앞으로 협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도 키워갈 수 있는 만큼 북-미 두 나라는 계속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나 궁극적인 북한 핵 폐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이번 회담에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조치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음에도 구체적인 핵 폐기의 범위와 검증 방법, 고농축 우라늄(HEU) 등 핵심 쟁점에서 북-미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열기로 한 실무그룹 회의에서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미 양측 지도부의 결단과 의지라고 본다. 특히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다. 이번에 협상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한 만큼 북한은 앞으로도 한 걸음씩 진전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복잡한 협상이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다. 북한의 현실에서도 완고한 태도로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제 첫걸음은 뗐다. 길고 지루한 협상이 계속되겠지만 북-미 양측이 이번과 같이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고,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핵문제라도 풀지 못할 리 없다. 이번 회담은 미약하나마 그런 희망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