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살았다”8회초 경동고 2루 주자 조진명(아래)이 포수 견제구에 놀라 황급히 몸을 날려 2루로 돌아가고 있다. 위는 대전고 2루수 민경수. 전영한기자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케네디 스코어(8-7). 보는 관중이야 즐겁겠지만 감독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경동고 정순명 감독. 프로야구 MBC(현 LG) 투수 출신인 그는 대전고에 1점차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둔 뒤 더그아웃에서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을 앞세워 59년과 60년 2연패를 달성했던 경동고가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2회전에서 대전고를 8-7로 힘겹게 누르고 8강전에 올랐다.
경동고 선두타자 김남식은 5타수 3안타 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신정훈은 4타수 2안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정순명 감독은 “대전고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라며 기뻐했다.
경동고는 1회초 3점을 뽑은 데 이어 2회초 다시 1점을 보태며 4-0으로 달아나 쉽게 기선을 잡았다. 하지만 3회말과 6회말에 각각 3점과 4점을 빼앗겨 오히려 3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 위기에서 경동고는 8회초 1사 이후 대타 신창호의 2루타를 시작으로 4안타와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몰아치듯 4점을 올려 승부를 뒤집었다. 경동고 조진명은 7-7이던 1사 1,3루에서 2루 땅볼로 소중한 결승 타점을 올렸다.
한편 전날 2회전에선 ‘죽음의 조’에 속한 천안 북일고와 부산고가 나란히 이겨 8강전에서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2002년 챔피언 북일고는 마산고에 8-2로 역전승했고 부산고는 롯데 1차 지명을 받은 에이스 이왕기가 삼진 13개를 뽑아내며 완투한 덕분에 충암고를 5-3으로 제쳤다.
지난해 챔피언으로 대회 최다 우승 기록(8회)을 갖고 있는 신일고는 1회전에서 강릉고를 10-3, 7회 콜드게임으로 꺾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오늘의 황금사자기 (16강전)
△야탑고-원주고(13시·KBS스카이)
△유신고-중앙고(15시30분)
△신일고-배재고(18시30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전적
▽16강전
경 홍 310 000 040 8
대 전 003 004 000 7
▽26일
△16강전
부 산 5-3 충 암
천안 북일 8-2 마 산
△1회전
신 일 10-3 강 릉
중 앙 5-3 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