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예정된 주권이양을 무산시키려는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이라크 전역의 치안상황이 반(半)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는 26일 “치안 불안 때문에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젬 알 살란 이라크 국방장관도 극도의 치안부재 상황과 관련해 “수도 바그다드와 이라크 주요 주(州)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계엄령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25일 밝혔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25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말해 주권이양 후 불안이 계속되면 미군의 대규모 진압작전이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무자비한 테러 횡행=26일 이라크 중동부 바쿠바에서는 저항세력들이 알라위 총리가 속한 정당인 이라크민족화합(INA) 사무실을 공격해 3층짜리 건물이 완전히 파괴됐다.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힐라에서는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40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22명이 다쳤으며 바그다드에서는 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그린 존’에도 로켓탄 2발이 떨어졌다. 또 이날 한국군 추가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는 차량 폭탄이 터져 쿠르드민주당(KDP)의 마흐무드 모하메드 문화장관이 다치고 경호원 1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아르빌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기는 올 2월 KDP와 쿠르드애국동맹(PUK) 당사 자살폭탄테러로 민간이 65명이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KOTRA 김규식(金圭植·43)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25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5월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테러까지 치면 6월 말 상황은 올해 들어 최악”이라고 말했다.
▽부산한 테러 퇴치 움직임=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야프 데호프 스헤페르 사무총장은 26일 성명을 통해 “NATO 26개 회원국들은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라크 군대의 훈련을 돕는 합의문 초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합의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NATO 정상들과 회동하는 2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인되면 효력이 발생된다.
뉴욕타임스는 ‘팔루자 해법’을 예로 들며 이라크 사태 안정을 위해 이라크 경찰을 제대로 훈련시켜야 한다고 26일 보도했다. 팔루자에서는 4월 한달 동안 미 해병대와 저항세력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치안을 담담했던 바트당 요원들을 투입해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LA타임스도 “경찰 및 군대 훈련 문제와 민심 이탈 현상이 주권을 이양 받은 후 과도정부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이라크인 경찰은 목표치인 9만명을 넘어섰지만 중요한 것은 ‘질’”이라고 지적했다.
▽혼돈상태의 민심=치안불안이 심화되자 주민들은 식량 부족에 대비해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범아랍 신문 알 하야트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시장 상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산 쌀 50kg의 도매가격은 1만5000 디나르로 지난주에 비해 두배로 올랐다”며 “주권 이양일이 다가올수록 식료품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안한 정정 때문에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알 하야트는 “미국 중심의 연합군 치하에서 오랫동안 미 달러당 1450 디나르를 유지해왔던 환율이 최근 1460 디나르로 올랐다”며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라크 내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