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연주하는 남한(위)과 북한의 어린이들. 남과 북에서 같이 부르는 노래들을 모아 연주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더뇨…’ (정지용 작사 채동선 작곡 ‘고향’)
‘그리워 그리워 찾아가도/ 그리운 그 님은 아니 뵈네…’ (이은상 작사 채동선 작곡 ‘그리워’)
두 가곡의 선율은 같다. 원곡 ‘고향’의 작사자에게 ‘월북문인’의 낙인이 찍힌 뒤 훗날 다른 문인이 가사를 붙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북 분단으로 여러 곡절을 겪은 노래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7월 6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남과 북, 함께 부르는 노래를 위하여’.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의 해설로 베이스 박태종, 테너 윤기훈, 소프라노 이경희씨 등이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들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남과 북이 같이 부르고 있는 가곡과 동요를 소개한다. 북한에서도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 ‘동무생각’, 윤극영 작사 작곡 ‘반달’ 등을 부른다는 사실은 생소하게 다가온다. 이은상 박태준 윤극영씨 등은 광복과 6·25전쟁 이후 계속 남쪽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민경찬 교수는 “북측도 광복 이전의 작품들 중 체제와 이념에 반하지 않는 곡은 특별히 금지하지 않았으며 ‘동무생각’ ‘반달’ 등은 북한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소개했다.
콘서트 2부에서는 남북 갈등으로 인해 가사가 바뀐 곡들이 소개된다. ‘고향’은 세 가지 버전으로 불려왔다. ‘고향’이라는 가사가 금지되자 박화목 시인이 ‘망향’이라는 가사로 곡을 붙였다. 그러나 채동선의 유족들이 이은상 시인에게 다시 가사를 의뢰하면서 ‘그리워’가 탄생했다. 오늘날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는 세 가사가 모두 실려 있다.
‘우리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이라는 가사로 낯익은 ‘하모니카’는 남과 북 모두 원 가사와는 다른 가사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 이 곡은 원래 ‘욕심쟁이 작은 오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였으나 남쪽에서는 작사자인 윤복진이 월북문인으로 간주돼 윤석중 시인이 새로 가사를 붙였다. 북쪽에서는 ‘큰아저씨 서울가서’라는 표현이 문제가 돼 ‘큰아저씨 평양가서’로 고치는 등 가사를 손질했다. 이밖에 남쪽에서 80년대 말 해금된 월북 작곡가 안기영 등의 작품도 소개된다.
민경찬 교수는 “2001년 남북 음악교육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을 조언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음악선생님 한 분이 ‘남쪽에서도 반달을 부르느냐, 미 제국주의 노래만 부르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 교류 공존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노래로 민족 동질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만원. 02-391-9631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