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28일 ‘장준하(張俊河) 선생 사망사건’에 대해 1기 의문사위에 이어 다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75년 8월 17일 경기 포천시 약사봉 약사계곡에서 변시체로 발견된 장 선생 죽음의 진상은 여야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3기 의문사위로 넘어갈 전망이다.
조만간 의원입법으로 발의될 3기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은 참고인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도입하고 활동기간을 늘리는 한편 동행명령 거부자, 허위진술자에 대한 처벌도 징역형(종전 벌금형)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죽음의 진실은=“장 선생이 사망 이전에 민주화운동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 개입으로 사망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불능’으로 결정한다.” 의문사위는 28일 열린 제31차 회의에서 이 사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위원 7명 중 규명 불능 4표, 의문사 인정 3표로 의견이 나뉘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시체 사진과 최초검안서, 동행자 진술의 신빙성,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 등을 통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망 당시 경찰은 “장 선생이 약사봉을 등반하다 12m 절벽 아래로 추락, 실족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머리부분 함몰상 외에는 시신이 깨끗하고, 당시 정보기관들이 그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타살설이 제기돼 왔다.
장 선생은 74년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로 옥고를 치렀으며 의문사 직전 ‘제2의 100만인 개헌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었다.
▽목격자의 거짓진술 가능성=사건 당시 장 선생과 동행했다는 김모씨는 그동안 그가 실족사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해 왔다.
2기 의문사위는 “김씨가 사건 발생 직후 사건경위를 진술한 ‘75년 8월 20일의 녹음테이프’와 ‘88년 포천경찰서 재조사 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말일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김씨가 주장하는 산행 과정이 실제 시간상 불가능하며 △김씨는 사고 후 이동지서에 알렸다지만 이를 목격한 사람이 없고 △사고 발생일 오후 3시경 장 선생 집으로 사고를 알리는 괴전화를 건 사람이 김씨로 밝혀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관련기관의 정보제공 거부=의문사위는 “국가정보원이 관련 자료의 제출과 실지조사까지 거부하고 있다”며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의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진실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