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 본점에 근무하는 정 부장(45)은 매주 금요일 업무가 끝나면 레저용 차량을 몰고 강원도로 떠난다. 주말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2시간반 정도 걸려 도착하는 평창군의 ‘S펜션(고급 민박집)’은 정 부장의 ‘제2의 직장’.
정 부장은 지난해 모아뒀던 돈 2억원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원을 합해 오래전에 사뒀던 800평의 땅에 펜션 3동을 지었다. 손님이 적은 주중 영업은 포기하고 주말에만 예약을 받아 아내와 함께 관리하면서 한 달에 150만∼2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정 부장은 “처음에는 직장 상사나 주변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퇴직 후까지 장기적으로 고려할 때 주말 이틀을 활용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의 본격화로 주말이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재테크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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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스’를 두려워 말라=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라는 말로 대변되는 ‘조기퇴직 시대’에 주5일제는 중요한 재테크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말을 이용한 재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는 ‘투잡스족(族)’. 그러나 ‘본업(本業) 중시 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투잡스족의 생활은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돼 주말 시간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물건을 손수 제작하는 ‘DIY(Do It Yoursel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말에 경기 광주시에 있는 목공예 공방 ‘만드는 세상’을 찾은 회사원들이 가구 제작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만드는세상
주말에 서울∼춘천간 경춘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B신용카드업체의 박 대리(36)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대리는 지난해 11월부터 500만원을 들여 사들인 중고트럭과 기계를 국도변에 세워놓고 호두과자를 구워 판다.
박 대리는 “한달이면 100만원 정도 벌이가 돼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면서 “이 장사를 오래 할 생각은 아니지만 어느덧 직장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정부출연기관에서 일하는 김 부장(44) 역시 2002년 말부터 토요일마다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일하는 투잡스족. 토요일에 근무하는 아내와 중학생인 딸 때문에 혼자 집에 남는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작한 일이 삶의 일부가 됐다. 김 부장은 “돈 들여서 운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주말에 3∼4시간 땀 흘려 일하고 7만원씩 돈까지 버니 일석이조”라며 “생각을 바꾸니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업체인 코리아리크루트에 따르면 직장인의 63%는 ‘또 하나의 직업’을 가질 계획이 있었고 17%는 이미 2개 이상의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시간을 돈으로 바꿔라=주5일제는 현대인에게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으로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필요한 것을 손수 제작하는 ‘DIY(Do It Yourself)’가 뜨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0년부터 주말마다 경기 광주시의 목공예 공방 ‘만드는 세상’(www.makeworld.co.kr)을 찾는 셋톱박스업체 휴맥스의 함강민 팀장(42). 침대 식탁 의자 거울 화장대 책장 등 그의 집에 있는 모든 가구는 직접 통나무 원목을 자르고 못을 박아 만든 것이다.
함 팀장은 “가구 하나를 만드는 데 3∼4일씩 걸리지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품질의 가구를 훨씬 저렴한 값에 장만한다는 점에서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비즈(구슬) 공예’를 시작한 C은행의 강 대리(32·여)는 ‘주말 취미’가 돈벌이로 발전한 경우.
주말에 6시간 정도 작업하면 동대문시장 등에서 구입한 2000∼1만원의 재료가 7000∼2만5000원짜리 귀고리와 목걸이로 바뀐다. 알음알음 직장 동료들에게 팔아 한 달에 올리는 수입이 40만원. 최근에는 뜻이 맞는 동료와 인터넷 쇼핑몰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두 가지 이상 목적의 활동을 결합해 시간을 절약하는 ‘시(時)테크’도 주5일제 시대에 유효한 전략이다.
동양종금증권 명동지점 장두영 대리(31)는 증시가 열리지 않는 매주 토요일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주식 투자자들과 서울 근교의 산에 오르며 투자전략 및 정보를 교환한다. ‘투자 클리닉’과 레저활동을 겸하는 셈.
장 대리는 “주말 산행을 함께 떠나는 투자 동호회 5곳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유용한 정보를 구할 수 있고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李東勳) 수석연구원은 “자칫 삶을 과도하게 ‘소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주5일제 환경을 미래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면 새롭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성공 부업 선택 이렇게▼
‘투잡스족(族)’을 꿈꾸는 직장인이 늘고 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과도한 자금을 투자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거나 직장생활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금 노동력 시간 노하우 등을 꼼꼼히 따져 부업에 나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의 지원이 성패를 가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내게 맞는 부업은 뭘까.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는 29일 투잡스족을 위한 유망 부업 아이템을 소개했다.
▽전공과 취미를 살려라=취미로 시작했지만 특정분야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 직장인이 많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취미를 활용하면 수월히 돈을 벌 수 있다. 사진촬영에 자신이 있다면 주말마다 예비부부의 야외촬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악기 연주에 자신이 있는 사람 중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주말마다 카페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스키 승마 수상스키 등 레포츠나 요리에 자신이 있다면 주말 강사로, 외국어에 자신이 있다면 주말 외국인 여행가이드로 뛸 수 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낮에는 대기업 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주말이나 자투리 시간에는 벤처기업 관리업무를 해 주는 직장인도 있다. 웹 디자이너 중에는 특기를 살려 주말마다 프리랜서로 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적은 자본으로 틈새시장을 노려라=직장인 부업의 가장 큰 난관은 만만찮은 초기 자본금이다. 이럴 경우에는 무점포 창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동도서 방문 대여업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쏠쏠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부업 중 하나다. 주말을 이용해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도서를 대여해 주는 사업으로 50명 정도의 고객만 확보해도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된다.
배달음식 콜센터도 음식 주문번호를 하나로 통합해 전국을 네트워크한 아이디어 사업이다. 회원 업체로 가입하면 별도의 사무실 없이 재택 영업이 가능하다.
이 밖에 중고품 전문 쇼핑몰 등 인터넷 창업, 복권방 운영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