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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영화 ‘투 가이즈’ 웃기는 남자 박-차가 만났다

입력 | 2004-06-29 18:09:00

최강의 ‘웃음 콤비’를 자부하는 차태현(왼쪽)과 박중훈. 영화 ‘투 가이즈’로 7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한 두 배우는 “한국은 웃음이 저평가된 사회다. 웃음의 힘을 제대로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보람영화사


영화배우 박중훈(38)과 차태현(28).

7월9일 개봉되는 영화 ‘투 가이즈(Two Guys)’의 ‘못 말리는’ 두 주인공이다. 10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코미디라는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로 한데 묶여 있다.

박중훈은 지난 10년간 이 장르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자였고, 차태현은 웃음 외에 순애보적 이미지로도 사랑을 받아왔다.

“멀리서 찾지 마. 10년 뒤 네가 바로 여기 있어.”(박중훈)

이유 있는 농담이다. 이런 말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서 자신의 과거 또는 미래를 발견한다는 두 사람을 28일 함께 만났다.

○ 투 가이즈

영화 ‘투 가이즈’(박헌수 감독)는 박중훈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이번 작품은 철저히 기획된 영화죠. ‘사람 웃기는 데 타고났다’는 나와 차태현이 한번 같이 영화를 찍으면 어떻겠느냐는 발상에서 시작됐어요.”(박중훈)

“1년 전쯤 형이 영화를 함께 하자는 말에 그냥 ‘그러자’고 했어요. 형과 같이 찍는다는 얘기, 그리고 대강의 줄거리만 있는 상태였습니다.”(차태현)

이 작품은 불량채무자에게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해결사 중태(박중훈)와 돈 떼먹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온 ‘미꾸라지’ 채무자 훈(차태현)이 펼치는 코믹 액션. 앙숙이었던 두 사람은 우연히 첨단 반도체 기밀이 담긴 가방을 주우면서 거액이 걸린 머니 게임의 동업자가 된다.

박영대기자

○ 할렐루야

차태현이 제대로 된 시나리오도 없는 상태에서 박중훈의 ‘세치 혀’에 넘어간 데는 사연이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 영화 ‘할렐루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중훈은 가짜 목사 행세를 하는 사기꾼 역의 주연이었고, 차태현은 조연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데뷔 초기의 인연, 그리고 몸으로 코미디 장르를 개척한 선배에 대한 믿음이 7년 만에 이뤄진 재회의 밑거름이었다.

“지난 5년간 개성이 강한 작품을 주로 선택했어요. 어느새 젊은 팬들이 볼 때 박중훈은 과거에는 친근했지만 무거운 배우가 됐죠. 차태현과 함께 작업하면서 이미지의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박)

“‘할렐루야’에서 장로님 아들이었는데 배역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죠. 그 때 언젠가 함께 주연을 맡을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 정말 투 가이즈가 됐네요. (웃음)”(차)

○ 코미디

두 사람 모두 코미디라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배우들이다.

“웃음은 기본적으로 호감입니다. 여자를 사귈 때 그녀가 웃으면 게임은 끝나죠. 코미디는 영화가 시작돼 5분 안에 관객들의 호감을 사야 하죠. 그래서 어려워요.”(박)

“코미디가 멜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우리 영화는 웃기다가 막판에 약간의 감동을 끼워 넣는 ‘닭살 코미디’가 아니에요. 화끈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죠.”(차)

이미 코미디 장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중훈의 훈수.

“연기, 인기라는 게 성냥개비 쌓기와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성냥개비 올리기가 쉽지만 어느 순간 성냥개비 하나를 얹는 게 너무 힘들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 얼굴

특히 코미디에 타고난 배우의 자질이 있을까?

“형은 좋은 얼굴을 갖고 있어요. 거친 코미디 또는 악역까지 가능한 얼굴이죠. 하지만 그 얼굴로 멜로는 어렵지 않겠나 생각해요.” (차)

“모르는 소리에요. 90년대 초반까지 내가 바로 대표적 멜로 배우였어요. 차태현의 얼굴로 멜로 영화를 찍는 것은 세상이 좋아져서죠. 어쨌든 차태현의 얼굴에는 범상함과 비상함이 섞여 있어요. 얼굴형과 분위기는 평범한 데 웃으면 세포까지 함께 웃죠. 관객이 볼 때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 부러운 얼굴입니다. 얼굴에 대한 기술적 평가는 둘 다 지방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웃음)”(박)

두 사람은 한국 풍토에서는 드물게 살아남은 ‘찰리 채플린의 후예들’일지 모른다. “나는 언제나 어릿광대일 뿐이다. 그리고 어릿광대로 어떤 정치가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섰다”는 채플린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