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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본프레레 감독 “목표는 독일월드컵 결승진출”

입력 | 2004-06-29 18:14:00

한국축구를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29일 축구회관에서 만나 가슴을 열었다. 입국 후 처음 정 회장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깜짝발표’를 했다. 김동주기자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를 구할 비방은 무엇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회장실. 이날 국가대표팀 소집을 앞둔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8)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53)이 머리를 맞댔다. 주제는 ‘한국축구의 회생책’. 24일 본프레레 감독이 입국한 뒤 정 회장과 독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30분가량 이어진 회동은 영어로 진행됐다.》

먼저 정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한국에 적응하느라 힘들죠? 한국음식은 좀 드셨나요?”

“한국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 즐겁습니다. 어제 한국식 일식집에 가서 생선구이를 먹었는데 그동안 먹어본 생선구이 중에서 가장 맛있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주제는 바로 한국축구로 옮겨졌다. 두 사람 모두 한국축구의 위기를 공감하고, 문제를 정신력으로 보고 있었다.

▽정몽준=지금 한국축구가 위험에 빠져 있습니다. 감독님 역할이 큽니다.

▽본프레레=월드컵 4강을 기억하는 팬들의 기대가 크다 보니 대표팀이 조금만 잘못해도 원망하게 되는 겁니다. 유로2004에서도 프랑스와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가 약팀에 졌잖아요. 축구란 그런 것입니다.

▽정=실력이 뛰어나도 투지가 없으면 약한 팀에 질 수 있죠. 지금 한국축구가 그렇습니다. 선수들 정신력이 해이해졌어요.

▽본프레레=최근 한국축구가 위기에 빠진 이유 중 하나가 선수들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만하면 큰코다치는 법이지요. 2002월드컵 때와 같은 투지를 다시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본프레레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네덜란드 축구협회 코치 아카데미 동기생. 한국으로 떠나는 본프레레 감독에게 히딩크 전 감독은 무슨 말을 했을까.

“특별한 조언은 없었습니다. 그냥 행운을 빈다고 했어요. 내가 소신을 갖고 지도하면 된다고 믿었기에 특별히 조언을 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정=최근 청소년대표팀과 프로축구 경기를 봤을 텐데 한국축구가 어떻습니까.

▽본프레레=빠르고 투지가 넘칩니다. 하지만 협력플레이가 되지 않습니다. 공격수가 최전방까지 가도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뛰는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고 포지션 플레이와 패스 플레이도 미흡합니다.

▽정=2002월드컵 후 한국축구가 유럽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전처럼 전폭적인 지원은 힘듭니다. 협회와 프로연맹, 구단 등 3자 협의체를 만들어 최대한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2006독일월드컵. 대한축구협회가 움베르토 쿠엘류 전 감독을 중도 하차시키고 본프레레 감독을 긴급 수혈한 것도 2002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정 회장도 이 대목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구상이 궁금한 듯했다. 그리고 본프레레 감독의 ‘폭탄선언’이 나왔다.

▽정=지금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2년 뒤의 독일월드컵입니다.

▽본프레레=어느 대회든 팬들과 마찬가지로 감독의 꿈은 우승입니다. 제가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2002월드컵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목표는 결승 진출입니다.

베트남 오만과의 평가전에서도 진 한국축구인데 월드컵 결승 진출이라니…. 너무 목표를 높이 잡은 게 아닌가. 하긴 그는 입국 직후 “히딩크 전 감독보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처방을 마음속에 생각해둔 듯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이 걱정 한 가지를 털어놨다. “아테네 올림픽 때문에 7월 아시안컵대회 선수 차출에 다소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은 월드컵 못지않게 올림픽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도 본프레레 감독의 답변은 시원했다. “계약할 때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들었습니다. 축구란 어떤 경기든 이겨야 하는 것이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축구협회도, 팬들도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심성 많고 소극적이던 쿠엘류 전 감독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선 히딩크 전 감독을 많이 닮았다.

그래서일까. 자리에서 일어선 정 회장은 “본프레레 감독이 성실해 보이고 느낌이 좋다”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악수를 나눈 본프레레 감독은 대표팀 소집장소인 경기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로 떠났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