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 있을때 120%로 던진다’
야탑고 윤석민(3학년)의 모자 안에 씌여있는 글귀다. 주자가 있을때 흔들리는 약점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써넣었다.
“평소엔 괜찮다가 주자만 나가면 많이 얻어맞았거든요. 지난 무등기 대회때부터 이 모자를 쓰고 있는데 효과가 있네요”
30일 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야탑고-경동고의 8강전.
선발등판한 윤석민은 이날 ‘120%’로 던질 필요가 없었다. 경동고 타선을 4이닝 1피안타로 꽁꽁 묶어 버린것. 윤석민의 호투를 발판삼아 야탑고는 경동고를 13-1, 5회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3연속 콜드게임승이라는 괴력을 뽐내며 4강에 진출했다.
“직구위주로 자신감있게 빠른 승부를 펼쳤어요” 최고구속 147Km를 뽐내는 ‘파워피처’다운 대답이었다.
3회 타석에서는 좌월 2점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전국대회 첫 홈런의 기쁨도 누렸다. 팀도 여유있게 앞서있는 상황에서 노리던 직구가 들어와 힘껏 받아쳤다는게 윤석민의 설명.
팀의 4강진출 못지않게 이날 윤석민을 기쁘게 한 것은 또 있었다. 경기가 진행중일때 열렸던 2005년도 프로야구 신인선수 2차지명에서 전체 6순위로 기아 타이거즈에 지명된 것.
지명소감을 묻자 “평소 좋아했던 팀이라 매우 기뻐요. 기아 투수 강철민 선수를 닮았단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직접 대면할 수 있겠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자세히보니 몸매 등 전체적인 외모가 강철민 선수와 너무나 흡사했다. 게다가 배번도 같은 27번.
윤달중(43)-김정열(43)씨의 2남중 장남. 야구는 초등학교 4학년때 시작했다. 구리시 리틀야구단 선수 출신. 183cm 77kg의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는 두산의 박명환. “스타일이나 폼 등 그대로 따라배우고 싶은 저의 우상이에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무등기때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웠는데 다시 또 4강에 올랐으니 그때의 한을 꼭 풀어야죠”
팀승리와 프로구단의 지명 등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날’로 기억될법한 윤석민의 발걸음이 경쾌해 보였다.
고영준 동아닷컴기자 hot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