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장길산’에서 이갑송 역을 맡은 개그맨 정준하는 29일 강원 철원군 촬영장에서 “코미디를 다시 할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연기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SBS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성대 결절 초기 증상이라면서 하루에 20마디 이상 말하지 말랬어요. 하지만 이번 촬영에서도 온 동네에 ‘이갑송 장가가요’라며 소리를 질러야 했고, 여기(인터뷰)서도 벌써 1주일 치 말을 다 했네요. 수다 떠는 걸 좋아해서…”
SBS 월화드라마 ‘장길산’(극본 이희우·연출 장형일 박경렬·밤 9:55)에서 장길산(유오성)의 죽마고우인 이갑송 역으로 나오는 개그맨 정준하(33).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강원 철원군 촬영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 “드라마 때문에 과로와 장염, 몸살에 시달리고 몸무게도 4kg나 빠졌다”면서도 활짝 웃었다.
개그맨 출신인 그는 이제 어엿한 탤런트이자 영화배우다. 그는 ‘장길산’ 외에 지난달 23일 첫 방영한 MBC ‘황태자의 첫사랑’(극본 김의찬 정진영·연출 이관희·수목 밤 9:55)에 건희(차태현)의 심복인 굉필 역으로 나오고 있으며, 이달 말 크랭크인하는 영화 ‘키다리 아저씨’에도 하지원 연정훈 신이와 함께 출연한다.
연기자의 자리를 잡아가는 그에게 촬영 강행군으로 인한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 그는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지만 ‘개그맨이 정극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이 가장 부담스럽다”며 “‘개그맨이라 역시 안 되는구나’ 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두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하는 최근 10년간 무명생활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 MBC ‘노브레인 서바이버’를 떠났다. 그는 “코미디가 싫다거나 배우로 전업하려는 게 아니다. 반드시 코미디를 다시 할 생각이지만 당분간 연기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브레인 서바이버’를 떠나면서 어린 친구(팬)들이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초등학생들이 ‘뭐뭐 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 등 내가 지어낸 유행어를 따라하고 사인해 달라고 할 때 행복했거든요. ‘장길산’은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요.”
그는 “5월에 ‘황태자의 첫사랑’ 발리 현지촬영을 하면서 죽을 뻔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정원 30명인 배에 보트피플처럼 60명이 타서 무인도로 가려고 하는데 파도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어요. 5층 높이의 파도를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성유리 차태현 김남진과 함께 쭈그려 앉아 떨기만 했죠.”
그에게 배우 중에서는 장길산의 아버지 장충 역을 맡은 최재성이 ‘우상’이다.
“그 형이 나온 웬만한 영화는 다 봤어요. 중3 때 극장 앞에서 받은 재성이 형의 사인도 아직 갖고 있죠. 형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지만 내가 못하면 누가 될까봐 긴장돼요.”
철원=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