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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야기]별식-외식 힘든 盧 “삼겹살에 소주 그리워”

입력 | 2004-06-30 18:58:00


6월 초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경기 파주시의 임진강 주변 식당을 상대로 은밀히 황복을 구하러 다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귀하다는 황복 맛을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황복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근 수년 사이에 씨가 마른 탓이다. 당시 황복을 구하러 다녔던 청와대 관계자는 신분을 감췄는데도 식당 주인으로부터 “대통령이 달라고 해도 줄 게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이 되면 먹는 문제에도 제약이 따른다. 외식을 하기도 어렵고 별식을 즐기기도 쉽지 않다. 모든 음식은 사전에 엄격한 검식 절차를 거친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노 대통령은 틀에 짜여진 청와대 음식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종종 참모들에게 “편안하게 삼겹살 한 번 구워 먹고 싶다”고 토로한다. 노 대통령은 결국 올 2월 어느 일요일에 경호원만 대동하고 청와대 인근 삼겹살 집을 기습적으로 찾아가 소원을 풀었다.

식탁 앞에서도 노 대통령의 솔직한 성격은 드러난다. 기독교 장로인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노 대통령과 식사할 때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짧게 식전 기도를 하는데 숟가락을 들지 않고 기다리던 노 대통령이 “다 끝나셨습니까”라고 까놓고 물은 적도 있다.

취임 초에는 청와대 경비단 식당에서 배식을 받다가 옆에 떨어진 콩나물을 주워 먹은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번은 관저에서 참모들과 식사를 하던 노 대통령이 약밥을 얹은 단호박 찜을 젓가락으로 집다가 실수로 식탁에 떨어뜨렸다. 당연히 약밥이 다 흐트러졌는데 노 대통령은 손으로 일일이 주워 먹었다. 이를 지켜보던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이 “주방장에게 하나 더 달라고 하지 그걸 다 주워서 드십니까”라고 참견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노 대통령은 정색을 했다. “나는 1946년생으로 시골에서 태어나 먹을 것이 귀한 시대에 자랐다. 쌀 한 톨이라도 남기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돼있다. 음식을 남겨서 버리면 환경에도 좋지 않다.”

그 바람에 정 수석만 머쓱해졌다. 정 수석은 이 얘기를 전하면서 “너나 나나 같은 촌놈끼리 무슨 소리냐는 뜻으로 들렸다”고 얼굴을 붉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