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한 뒤 남는 이틀의 주말을 보내는 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여행과 독서 그리고 몸만들기, 행사 참여하기 등이 주종을 이룬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충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저렴한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보려는 ‘경제효과’도 관심사다.》
▽미국=뉴요커인 회사원 드와이트 월리스(30)는 주말이면 미혼남녀의 싱글파티를 즐긴다.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는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진다. 맥주 몇 잔을 놓고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이지만, 경제적으로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
회계회사에 근무하는 파우지아 산타나(32·여)는 “주말은 마라톤을 위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중학교 교사 바브라 클라인(31·여)은 토요일이면 ‘9W’라는 서클 친구들과 함께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허드슨 강변으로 왕복 220km의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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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생활 2년째인 데이비드 매킨타이어(35) 부부는 ‘타임아웃 뉴욕’이라는 잡지를 통해 상황에 맞는 소일거리를 찾는다. 이번 주말엔 맨해튼 48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한여름밤의 탭댄스’를 보기로 했다.
‘여가시간에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미국인들은 책이나 신문, 잡지 읽기(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TV 시청은 2000년 23%에서 2003년 17%로 줄어들고 있다. 가족과 함께 놀기는 17%로 늘었고, 정원 가꾸기는 13%에서 6%로 줄었다. 대신 외식이나 야외에서의 식사(5%)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미국에선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양산되던 1938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면서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다.
주말을 맞아 3대가 함께 과수원을 찾아 포도 따기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 가족. 일본에서는 초중고교도 주5일 수업을 실시해 가족과 함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사진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주말 가족’이 늘어난 것이 주5일제 근무 후 나타난 현상. 결혼 2년째인 회사원 A씨(30)의 경우 직장이 있는 도쿄에서 승용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지바(千葉)현 가쓰우라(勝浦)에 전원주택을 갖고 있다. 이곳은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중소도시로 풍광이 뛰어난 곳. A씨는 월요일 새벽 도쿄로 출근해 금요일까지 비좁은 자취방에서 혼자 보낸 뒤 금요일 밤 또는 토요일 오전에 귀가한다.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아내와 함께 바다낚시를 즐기며 ‘꿈같은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이면 다시 도쿄로 돌아온다. 그는 “주중에는 외롭지만 주말엔 자연으로 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일본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일부 법정 공휴일의 요일을 월요일로 바꿨다. ‘성인의 날’은 1월 둘째 주 월요일, ‘바다의 날’은 7월 셋째 주 월요일, ‘경로의 날’은 9월 셋째 주 월요일, ‘체육의 날’은 11월 둘째 주 월요일로 변경됐다. 기왕이면 국민들이 장기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
▽유럽=프랑스 파리의 경우 토, 일요일 숙박비가 주중에 비해 10∼20% 싸다. 항공 운임도 주말을 끼고 있으면 주중의 절반 이하로 내려갈 때가 많다. 주말에 호텔비가 싼 이유는 이렇다. 주중 손님은 회사 출장비를 쓰지만, 주말 손님은 자기 돈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싸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다.
유럽인들의 주말 보내기 관심사는 첫 번째가 돈. 프랑스는 1946년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됐으며, 주당 노동시간은 35시간에 불과하다. 법정휴가 5주에 이런저런 공휴일과 잦은 파업 휴무까지 가산하면 도대체 언제 일하는지가 궁금할 정도. 결국 ‘남아도는 시간’을 얼마나 값싸게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호텔과 각종 숙박업소가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하고 있지만 숙박료까지 내며 주말을 즐기는 프랑스인은 거의 없다. 집 근처의 공원이나 근교의 숲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근처의 스포츠클럽을 이용한다. 프랑스 인구 6000만명 중 2600만명이 17만여개의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있다. 운동 장비 마련 외에 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저렴한 주말 보내기’가 가능한 것은 관련시설이 넉넉하기 때문. 도처에 무료 개방되는 공원과 숲이 널려 있고, 인구 수천명의 작은 마을에도 잔디구장이 있는 것이 서유럽 복지국가의 특징이다.
파리만 해도 뤽상부르 공원을 필두로 크고 작은 도심공원과 불로뉴, 뱅상 숲 등 근교의 녹음지대에 뒤덮여 있다.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2유로(약 2800원)만 내면 바비큐와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이 적지 않다.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숙제가 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여행-맛 잡지 불티…인터넷선 맞춤 서비스▼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 선진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서비스는 주말 정보 가이드. 독자의 ‘주말 행복’을 위해 신문은 물론 각양각색의 잡지가 등장해 앞 다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소비자의 여건에 맞는 ‘맞춤형 정보’까지 나타났다.
▽일본=유명 온천지의 전통 료칸(旅館·여관)에 투숙했던 사람은 매달 일본 전역의 온천 명소를 소개하는 안내 잡지를 배달받는다. 450쪽 분량에 전면 컬러인 이 잡지에는 전국의 모든 료칸이 망라돼 있고 지역별 온천수의 특징, 이벤트, 찾아가는 길, 가격할인 정보가 빼곡히 수록돼 있다.
‘잡지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지역별, 일정별, 테마별로 주말여행 안내정보지가 다양하다. 무료 잡지뿐 아니라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무크 형태의 유료정보지도 있다.
요즘 도쿄(東京) 일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정보지는 여름철 ‘불꽃놀이’ 명소를 소개한 잡지. 계간 ‘어른의 여행시간’ 여름호는 피서지 온천 베스트 50을 다루고 있고 ‘어른의 주말’ 7월호는 도쿄시내의 맛있는 집 20선과 오키나와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일본의 여행 및 레저 정보지는 ‘세분화를 통한 맞춤형 잡지’를 표방한다. 라면, 스파게티 등 특정음식만 소개하는 것도 나와 있다.
▽미국=신문의 주말판은 미국인에겐 ‘주말 나침반’.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집중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비즈니스는 지난주 권장 행사로 △시카고 맛 잔치(7월 4일까지) △시인 겸 록가수 패티 스미스와 그녀의 밴드 공연(6월 24일) △동성애자 프라이드 행진(6월 26일) 등을 제시했다.
인터넷 사이트도 다양하다. 할인 항공권이나 호텔 등을 잡아주는 사이트들은 회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여행 및 레저정보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내준다. 그중 하나인 프라이스라인(priceline.com)은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주말연휴를 앞두고 호텔 예약 실태를 공개하면서 인기여행지로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타, 뉴욕 등지를 추천했다.
주말정보 가이드 사업의 성공스토리로 불리는 팀 재거트, 니나 재거트 부부는 ‘취미’가 ‘사업’이 된 경우. 월가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이들은 1979년 맨해튼에서 취미로 시작했던 식당 평가가 뉴요커들의 인기를 끌자 이것을 사업으로 삼았다. 이들이 펴내는 책 ‘재거트 서베이’는 60만부씩 판매되며 뉴요커들에게는 식당 선택 때 필독서가 됐다. 현재는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 렌터카업계, 쇼핑센터는 물론 영화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해 호평을 받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주5일 수업이 학력저하 불러"▼
일본 정부는 주5일 근무제에 맞춰 2002년 4월 초중고교에 대해서도 주5일 수업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대부분 공립학교에만 적용될 뿐 사립학교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주5일 수업에 따른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공립학교 학부모 중 30%가 주6일제 수업으로의 회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와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주말 활동을 지원할 만한 사회문화 시설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5일 수업 도입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야마나시(山梨)현 교육위원회가 중고교생 11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학생들은 주말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가 주5일제 도입의 취지였던 자연체험이나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가’라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친구들과 논다’가 61%로 가장 많았고,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가 48%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생들이 알맹이 없이 주말을 보내는 이유는 부모들이 주말 시간 보내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 미국 유럽과 비교할 때 일본인들의 ‘주말 즐기기’는 여전히 서툴다는 게 일본 언론의 진단이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8월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주말 생활패턴을 설문조사한 결과 49%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집안에서 TV 시청 등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현재의 여가활동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4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