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경문 감독(46)은 아주 고집스러웠다. 보내기 번트를 댈 찬스가 여러 번 찾아와도, 리드를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는 강공만을 고수했다. 1회 무사 1루, 2회 무사 2루, 3회 무사 1루….
3회엔 김동주의 안타로 1점을 냈지만 나머지 기회는 모두 무산됐다.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기아와 함께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희생번트를 가장 적게(32개) 기록한 팀.
1위와 2위간의 ‘빅매치’가 펼쳐진 30일 2004삼성증권배 프로야구 잠실 경기. 2위 현대와의 싸움에서 김 감독은 단 한 번도 희생 번트 작전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계속 찬스가 무산됐고 두산은 5회까지 1-2로 리드를 당했다.
6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최경환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루. 김 감독은 네 번째 기회에서도 강공을 지시했고 두산의 새로운 파워히터로 떠오른 이승준은 현대 선발 마일영의 공을 좌측 스탠드에 꽂아버렸다. 한 방에 전세를 뒤집는 역전 2점 홈런. 고집스러운 김 감독의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전날 현대에 1-3으로 패했던 두산은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현대와의 승차를 다시 2경기로 벌렸다. 두산 선발 레스는 9승(2패)으로 다승 단독 선두.
대구경기에선 삼성이 진필중이 선발로 나선 LG를 6연패의 늪에 빠뜨렸다. 마무리 불안으로 보직을 바꾼 LG 진필중은 올 첫 선발 등판에서 3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7안타 5실점(3자책)으로 불합격점을 받았다.
대전에선 무승부의 팀(9무) 롯데가 한화와 12회 연장 접전 끝에 4-4로 또다시 비겼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