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동탄지구의 시범단지 분양으로 수도권에 ‘2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동탄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난 주말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13만여명의 수요자로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 동탄지구의 분양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
이곳은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1990년대 초반에 건설된 5개 ‘1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서울로 출퇴근하기는 힘들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려 분양 심리도 위축돼 있다. 분양권 전매 금지 등 규제도 많다.
그런데도 동탄지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분양 담당자는 엄청난 인파를 보며 “시중에 돈이 많긴 많은 모양이네요”라고 말했다.
갈 곳을 찾지 못한 부동(浮動) 자금이 동탄지구를 기웃거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동 자금만으로 수요자의 관심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중 상당수가 실수요자인 까닭이다.
방문객들은 “아파트 품질이 좋다”며 청약할 뜻을 내비쳤다.
시범단지 분양에 참여한 8개 업체는 새로운 마감재와 시설을 대거 선보였다.
실내 높이를 10∼30cm 높이는가 하면 채광과 통풍에 유리한 평면 설계를 도입했다. 모든 업체가 환경친화형 마감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광촉매, 황토 등 몸에 좋다는 소재를 적용하고 다양한 주민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이 같은 품질 향상은 ‘경쟁’ 덕분이다. 8개 업체는 올 초부터 치열한 눈치작전을 폈다. 한 업체가 실내 높이를 높인다는 얘기가 들리면 다른 업체도 이를 따랐다. ‘웰빙 아파트’, 홈 네트워크, 주민 편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품질 경쟁이 나타났다.
경쟁의 반대는 담합이다. 경쟁의 이점이 많은 만큼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크다. 이런 점에서 주택업체가 가격을 담합했다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마땅하다.
반면 분양가를 무리하게 규제하는 정책도 위험하다. 무리한 분양가 규제는 품질 경쟁을 막기 때문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