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굴을 들 수 있겠네요. 너무나 후련합니다”
덕수정보고 주장 손정훈(3학년)은 경기가 끝난후 한 동안 볼 수 없었던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이제야 ‘무거운 짐’을 덜어냈다는 안도감이 읽혀졌다.
30일 열린 제5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천안북일고와의 준결승전.
경기내내 손정훈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제 몫을 못해내고 있다는 자괴감이 양 어깨를 짓누른 탓이었다.
“5회 수비때 제 실책으로 인해 팀이 5-4까지 쫓긴후 이후 역전을 허용해 맘이 무거웠습니다. 지난 대통령배 대회때도 북일고 전에서 실책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손정훈은 그러나 이날 공격에서 실책을 만회하고도 남을 멋진 활약을 펼쳤다. 팀의 톱타자로 나서 6타수 3안타(1홈런 포함) 2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낸 것. 특히 9-9로 팽팽히 맞선 9회 결승 우중월 2점홈런을 뽑아내며 이날의 기나긴 승부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투수(천안북일고 장필준)가 변화구 제구가 안되더라구요. 승부구는 직구겠다 싶어 잔뜩 노리고 있었습니다.”
손준영(47)-황영실(47)씨의 1남 1녀중 장남. 야구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구(1m78 72kg)를 지닌 손정훈은 평소 체력관리에 대해 묻자 “하루에 5끼를 먹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안찌네요”라며 남다른 고충도 털어놨다.
야구입문은 홍은중학교 1학년때. 초등학교때 몸이 약해 ‘데뷔’시기를 다소 늦춘 만큼 이악물고 운동했다는 악바리 근성까지 갖췄다.
결승에 진출한 덕수정보고는 세광고와의 1회전부터 이날 준결승까지 4경기 연속 역전승을 거두며 새로운 ‘역전의 명수’로 부상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코치님 덕분인것 같아요. 저희들 정신상태가 해이해질때면 늘 바로잡아 주시기 위해 무던히 애쓰시거든요. 이번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그 은혜에 꼭 보답해야죠”
고영준 동아닷컴기자 hot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