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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박신양의 말말말

입력 | 2004-07-01 18:18:00

박신양이 맡은 한기주는 완벽한 남자다. 그러나 그가 태영의 케이크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난데없이 “자고 갈래?”라고 묻는 의외의 말로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대사를 정리한 ‘한기주 어록’도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사진제공 SBS


SBS 주말연속극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 강은정·연출 신우철·밤 9:45)이 지난달 12일 첫 회 시청률 23.6%(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한 뒤 지난달 27일 37.1%까지 올랐다. 영화학도 강태영(김정은), 재벌2세 한기주(박신양), 기주의 조카이자 연적인 윤수혁(이동건)의 절묘한 연기 호흡과 경쾌한 스토리가 인기 요인.

한기주는 차갑고 결벽증적 인상의 ‘완벽한 남자’다. 그러나 태영을 별안간 “애기야”라고 부르는가 하면, 그가 케이크를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난데없이 “자고 갈래?”라고 묻는 의외의 발언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녹이고 있다. 그의 대사와 관련 상황을 설명한 ‘한기주 어록’도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한성대 캠퍼스에서 박신양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인터넷에 있는 ‘한기주 어록’ 스타일을 본떠 ‘박신양 어록’으로 정리했다.

▼박신양 어록▼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한기주’에 대해) 현실에는 이렇게 딱딱한 로봇 같은 사람이 없으니까 더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여러 가지 갈등을 하며 존재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사랑이라면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한기주가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모릅니다. “뭐가 재미있느냐” 물어보면 “하여튼 멋있다”라고만 대답해요. 나름대로 생각해보니까, (여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뿅’ 나타나죠. 또 문제 생기면 ‘척’ 나타나고. 돈 많고 차도 좋을 것 같고, 출장도 다 예약해서 다닐 것 같고.

(실제 자신은 한기주와 완전히 거리가 멀다며) 나는 10년 전부터 스스로 ‘완벽한 돌쇠 스타일’이라고 못박아왔어요.

(연기하기 힘든 점에 대해) “애기야 가자”… 이거 이상하지 않아? 느끼하지 않아? 계∼속 물어봐야 돼요. 그리고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한참 생각해봐야 돼요. “자고 갈래?”… 아니 여기서 “자고 갈래”를 어떻게 하냐고, 케이크 먹고 있는데. 스스로 납득이 안 돼서 애 많이 먹죠. 내뱉기 굉장히 조마조마한 대사들이 많아요.

(김정은-박신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절묘한 앙상블이에요. 한 사람은 굉장히 풀어져 있고 들쭉날쭉하고, 또 한 사람은 정확한 선을 유지하려고 하는 묘미랄까. 김정은씨는 그 어떤 상대보다도 탄력이 좋은(반응이 다양한) 사람이에요.

(촬영 중 속상했던 일에 대해) 파리 현지 촬영에서 프랑스 인들은 3교대로 일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계속 일하더군요…. 비인간적 제작환경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어요. ‘드라마 만드는 건 이렇게 힘든 거야’ 하며 즐기는 면도 있는 듯한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시청률 부담에 대해) 시청률에 대한 감이 없습니다. 첫 회 시청률을 맞추는 내기를 했어요. 사람들은 첫회는 20% 넘는 게 아니라면서 18, 19% 쯤에 다 걸었어요. 나는 대뜸 23%에 걸어서 이겼죠. 근데 그 시간에 다른 채널은 드라마 안 한다면서요? 그러면 80%는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평범한 남자들을 그렇게 좌절시켜도 되느냐”는 한 남자의 항의성 질문에 씩 웃으며) 다, 얘기니까요.

▼한기주 어록(‘파리의 연인’ 중)▼

(곤경에 빠진 태영을 돕기 위해 애인 행세를 하며) 우리 애기 놀랜 거 안 보여요? 애기야 가자!

(태영을 니스로 데려가며)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좀 서툴러. 도덕 시간에 졸았거든.

(‘바쁘다’는 말을 믿는 태영에게 차 한 잔 하자며) 원래 이렇게 잘 속아? 아니면 내가 하는 얘긴 뭐든지 다 믿는 건가?

(태영을 업신여기는 친구 문윤아에게) 당신 참 나쁜 여자네. 비싼 옷에 비싼 구두에 비싼 목도리를 했으면 말도 행동도 비싸게 할 줄 알아야지.

(사이가 껄끄러운 부하 최 이사에게) 직원들 표정이 불편해 보이는데 저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겁니까? 다들 소화불량인 얼굴들인데… 이래서 교감이 되겠습니까? 밥은 편하게 먹어야죠. ‘회장 아들 아주 재수 없더라’ 마음껏 험담하시면서요, 직원식당에서 식사하는 소박한 재벌 2세? 이거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