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사건 이후 ‘테러 희생자 보상법’ 제정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국익과 관련해 국민이 테러의 희생자가 되었을 때 보상할 수 있도록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테러의 제물이 됐는데도 법이 없어 보상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테러 희생자에 대한 국가 보상·배상의 개념이 적극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1년 9·11테러 이전에는 미국도 테러 희생자에 대한 국가 보상이 어려웠다. 국가의 명백한 과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국가 상대의 배상 청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9·11테러 13일 만에 “이런 국가 중대사에 법이 없어 배상을 못하게 해선 안 된다”며 특별법을 만들었다. ‘비행운송 안전 및 체제 안정화법’이다. 9·11테러 사망자의 가족이나 부상자는 국가의 고의나 과실을 증명하지 않고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지금까지 이 특별법에 의해 피해자의 98%가 배상 청구를 했고, 사망자 1인당 평균 178만달러의 배상금이 가족에게 지급됐다. 배상 책임자는 “이 법은 테러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례 없는 애정 표현이다.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국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 법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물론 김씨 사건을 9·11테러 사건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사정이 천양지차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병력을 이라크에 보내기로 했다.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국민의 전례 없는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김재수 미국 캘리포니아 및 워싱턴DC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