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같은 오류를 자꾸 반복하는 것은 잘못된 시스템의 결과이다.”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윤성식(尹聖植) 위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파격적인 ‘외교부 혁신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위원장은 혁신 방안이 ‘김선일씨 사건’과 무관하게 지난해부터 모색돼 온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건이 ‘외교부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동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50대 조기퇴직 대사들 속출할 듯=혁신안 중 외교관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대명퇴직제’의 폐지이다. 다른 행정부처 1급 공무원들은 보직을 못 받으면 곧바로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외교관들은 ‘재외공관장으로 나가는 특수성’이 감안돼 1급(외무관 12∼14등급)도 1년간 무보직으로 대기할 수 있는 예외가 제도적으로 인정돼 왔다.
그 대기 장소는 주로 ‘외교안보연구원의 연구위원’이란 자리였다. 매년 20∼30명의 중견외교관들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씩 사실상 거액의 월급을 받으며 놀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이 계속돼 온 것. 이에 대해 그동안 외교부는 “재외공관장은 100명이 넘고, 본부 고위직은 10자리도 안 되기 때문에 인사 순환 과정에서 이 같은 ‘완충지대’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해명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재외공관장과 무보직 대기’를 적당히 반복하며 60세 정년을 꽉 채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부터 50대 초반이라도 보직을 못 받으면 짐을 싸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기능과 전문성 강화=혁신안은 외교안보연구원을 연구와 교육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본부의 외교정책실에선 다자외교 업무를 분리해 정책 개발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외무공무원의 순환보직제가 전문성 제고에 장애가 된다는 판단 아래 분야별 업무별 지속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도 외교부 인사의 대변화를 예고한다.
이는 ‘미국에서 근무한 사람은 아프리카에 가서 고생하고 와야 한다’는 순환보직 관행을 깨는 것인 만큼 앞으로 비인기 부서나 지역 근무자를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해 나갈지가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교부 내에선 “이 같은 혁신 방안이 ‘외교 업무는 근본적으로 내치 부서와 다르다’는 시각에서 추진되지 않고, 현행 제도의 틀에서 ‘밑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으로 이뤄질 경우 외교관들의 반발과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정부 혁신위가 밝힌 외교통상부 인력 조직 혁신안 주요 내용목표혁신 방안효율적 인사시스템 구축-외무공무원 1급 신분 보장(대명퇴직제) 폐지(보직 못 받은 1급 바로 퇴직)-본부의 고위직 정원 초과, 재외공관의 하위직 정원 초과 현상 타파-주기적으로 외교인력 수요를 조사해 공관 인력 재배치 및 본부 인력 조정외무공무원 전문성 제고-순환보직 최소화하고 분야별 근무를 원칙으로 삼음-교민·영사와 같은 이른바 ‘3D 업무’도 전문화-중동·아프리카지역 같은 특수 언어권의 민간 전문가 특채 정책 연구 기능 강화-외교안보연구원의 ‘차기 인사 대기장소화’ 시정(연구위원 제도 폐지)-외교안보연구원의 연구 교육기능 활성화-본부의 외교정책실을 순수 정책연구 기능으로 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