派兵은 군대(兵)를 나누어(派) 보낸다는 뜻이며, 그것은 전쟁을 치르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쟁이 그토록 빈번했던 그 옛날에도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했고, 正(바를 정)의 자원에서도 보듯 정의로울 때만 용인되었다. 正은 원래 성(국·국)을 치러 가는(止·지) 모습을 그렸으며, 그 征伐(정벌)은 언제나 정의로워야 한다는 뜻에서 ‘正義(정의)’의 의미가 나왔고, 이후 척(조금 걸을 척)을 더한 征으로 征伐의 원래 의미를 나타냈다.
派는 원래 永에서 만들어진 글자다. 永은 갑골문에서 강(水·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人·인)의 모습을 그렸다. 이후 永이 끝없이 이어지는 긴 강처럼 永遠(영원)하다는 의미로 뜻이 확장되자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다시 水를 더하여 泳을 만들었다. 그래서 口(입 구)가 더해진 영은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길게(永) 읊조리다(口)’는 뜻이며, 言(말씀 언)이 더해진 詠도 같은 뜻이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永을 반대로 뒤집어 만든 글자가 派라고 했다. 그래서 派는 永과 의미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며, 물의 支流(지류)가 원래 뜻이다. 이로부터 나뉘다, 類派(유파), 分派(분파) 같은 뜻이 생겼다.
반면 派에 水 대신 肉(月·고기 육)이 들어간 脈은 血脈(혈맥), 즉 근육(肉)을 따라 물 흐르듯 온 몸 전체를 흐르는 혈관을 말한다. 脈은 달리 혈관을 강조하기 위해 肉 대신 血을 더한 F으로, 물처럼의 흐름을 강조하기 위해 永을 더한 맥으로도 쓰는데, 모두 같은 글자들이다. 脈은 이후 山脈(산맥)이나 水脈(수맥), 動脈(동맥) 등처럼 혈맥과 같은 속성을 가지는 모든 것을 통칭하기도 했고, 신체의 혈맥처럼 중요하다는 뜻에서 命脈(명맥·목숨)과 같은 용례로도 쓰였다.
兵은 갑골문에서 두 손으로 도끼(斤·근)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兵器(병기)나 兵士(병사)와 같은 뜻이 생겼다.
현대에 와서는 兵을 변형시킨 새로운 글자로 병 C(물건 부딪히는 소리 병)과 E(풍소리 병) 등이 등장하였는데, 이들이 합쳐진 ‘핑팡(D)’은 현대 중국어에서 ‘핑퐁(ping-pong)’의 대역어로 쓰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