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 통화를 오래 한다고 핀잔을 준 여고생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불에 태운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서부경찰서는 1일 살인 등 혐의로 박모군(18·회사원·청주시 흥덕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지난달 25일 오후 10시경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통화를 하던 중 뒤에서 기다리던 오모양(16·고2)이 장시간 통화하는 것에 대해 화를 내자 오양을 폭행했다.
박군은 오양을 폭행한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자 청주에서 13km나 떨어진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환희교 아래 모래사장까지 강제로 끌고 갔다.
박군은 이곳에서 오양을 목 졸라 살해하려다 실패했으며, ‘신고를 안 할 테니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오양을 주변에 있던 벽돌로 서너 차례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군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숨진 오양의 바지와 속옷을 벗겨 얼굴에 올려놓고 불을 지른 뒤 시체를 모래에 파묻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양은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보이지 않은 데다 박군의 폭력과 협박에 심리적으로 제압당해 자포자기 상태로 범행 장소까지 끌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군은 경찰 조사에서 “전화통화를 끝내고 부스에서 나오려는데 오양이 ‘전화통화를 왜 오래 하느냐’고 계속 중얼거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