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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통체계 개편]날짜 맞추려 밀어붙인 탓에 혼란가중

입력 | 2004-07-01 19:58:00

서울의 대중교통체계가 획기적으로 바뀐 첫날인 1일 마포구 성산로는 일반차로가 승용차로 꽉 막힌 반면 중앙버스전용차로는 텅 비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박주일기자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1일 시민들이 새 체계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가운데 새 교통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시행 날짜를 맞추기 위해 시범운영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편을 강행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준비 부족이 낳은 예견된 혼란=이날 지하철과 일부 광역버스 및 순환버스의 교통카드 단말기가 오작동한 것은 미리 대비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은 잘못된 정보를 내보낸 운영자의 단순 실수였으며 1일은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내려 보내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며 군색하게 해명했다.

서울시는 또 버스 개편이 되면 버스종합사령실(BMS) 운영으로 배차간격이 지켜진다고 홍보해 왔다.

▽운영체제 개선=이날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성공을 거둔 반면 일반 차로가 크게 막힌 것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운행할 수 있는 버스의 수를 너무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선버스의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통행을 늘리고 오토바이 등 불법 차량을 단속하면 차량 흐름은 훨씬 개선될 것이라는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심 없는 시민들과 단순한 홍보=교통체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면서 자신이 이용하는 노선의 번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번쯤은 찾아볼 만한 데도 당일 아침에야 허둥대며 화를 내는 시민들도 많았다.

오전 10시 신도림역에서 만난 이모씨(26)는 “바뀐다는 거 듣기는 했는데 뭘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그걸 집에서 챙겨 보고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 번쯤 보고 나온 시민들도 인터넷이나 지도에서 본 것과 실제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도우미나 운전사에게 많이 물어봐야 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효과 없는 도우미=서울시가 전 버스정류장에 배치했다는 도우미들은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기만 할 뿐 적극적인 안내를 해 주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허둥대는 시민을 보고도 방관하거나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가하게 만화책을 보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종로1가에서 만난 한 도우미는 “○번이 안 오는데 여기에 서는 것은 맞느냐”는 물음에 “오늘은 첫날이라 버스가 많이 안 오는 것 같다”는 엉뚱한 대답만 했다. 또 BMS니 정류장 번호니 하는 것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백만부의 노선표를 뿌리면서 막판 총력 홍보전을 펼쳤지만 실제 상황에선 역부족이었다.

위창량 교통정보시스템 담당관은 “최종 계획에서 부분적으로 노선이 변경된 곳이 있어서 자료입력 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2일 오전쯤에는 서울시 버스홈페이지에서 요금정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버스체계의 개편이라는 특성상 사전에 노선을 따라 시험운행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각 버스회사는 1일 개편에 앞서 도상(圖上)으로 새로 바뀐 노선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으나 일부 버스 운전사의 경우 새로 만든 정류장을 찾지 못하고 기존의 정류장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또 일반 차로가 너무 밀리는 바람에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배차간격을 지킬 수가 없었고 또한 버스노선 조정 과정에서 배차간격이 늘고 운행 대수가 줄어든 것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