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장관 첫 출근 날, 차관이 사퇴한 문화관광부는 어수선하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문화계의 두터운 신망을 얻은 오지철 차관의 사퇴를 두고 직원들은 ‘오 차관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 ‘그는 시대가 만든 희생양이다’라는 입장으로 갈린다.
오 전차관은 문화계 마당발이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정진수 교수와는 오래 전부터 아는 데다 이창동 장관 취임 후 정 교수가 현 정부 문화정책에 내놓고 반대해 자주 만나 정책 토론을 벌였다”며 “최근 연극공연장에도 가고 정 교수 회갑연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현 정부와 불편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사 청탁을 할 정도면 두 사람 사이가 평소 각별하다는 방증이다.
오 전차관과 신임 정동채 장관의 관계도 각별하다. 그는 이날 “정 장관을 최근에 만난 적은 없지만 정 장관과 나는 8년 동안 국회 문화관광위원과 문화부 관리로 만나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여성 연극학자 A씨와 오 전차관이 인연을 맺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는 A씨를 “능력 있는 여성 연극학자라고 추천했다”고 하지만 평소 나서는 것을 싫어 하는 그의 처신과 비교하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더구나 A씨가 일하는 ‘광주 문화중심도시 기획단’이 문화부 조직과는 별도로 운영돼 차관이 일일이 능력을 평가할 정도로 잘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전차관은 정 교수에게 청탁한 후 A씨에게 직접 전화해 “정 교수가 전화할 것이다”고까지 전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A씨의 배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일에 대해 오 전차관이 ‘인간관계보다 이념이 중요해져 버린 시대’의 희생양이라는 지적도 많다. 문화부 관계자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일한 사람이 나가는 것을 보면 요즘에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