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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이라크 앞날]양대 지도자 바르자니-탈라바니

입력 | 2004-07-02 19:01:00


《‘쿠르드의 꿈’을 빼놓고 새 이라크의 미래를 그리긴 쉽지 않다. 지난달 중순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워싱턴의 한 병원에 입원한 마수드 바르자니의 형을 문병한 것이나, 얼마 후 터키 앙카라를 방문한 잘랄 탈라바니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바르자니는 쿠르드민주당(KDP), 탈라바니는 쿠르드애국동맹(PUK)의 당수다. KDP와 PUK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쿠르드족을 양분하고 있는 세력. 바르자니와 탈라바니는 서로 정통파임을 내세우며 대립해 왔지만 최근엔 ‘쿠르드족 자치권 획득’을 위해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

▽4000년의 꿈, ‘분리 독립’=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을 둘로 나눠 아르빌을 포함한 위쪽은 바르자니가, 술라이마니야를 포함한 아래쪽은 탈라바니가 사실상 집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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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지역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 하지만 바르자니와 탈라바니는 관할지역에서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와 권세를 누리고 있다. 관공서와 호텔엔 두 지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고, 이들을 만나려면 대통령 면담과 같은 의전이 뒤따른다. ‘페시메르가’로 불리는 쿠르드 민병대도 7만여명이나 된다.

이들의 꿈은 자신들의 나라를 갖는 것. 약 4000년 전부터 이라크 이란 터키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아 왔다. 중동지역 쿠르드족의 전체 인구는 2500만∼3000만명으로 나라 없는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많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쟁 이후 미국의 보호 아래 사실상 자치를 누려 왔다. 미국에 협력한 덕분에 올 3월 초에는 이라크 임시헌법에 연방제를 관철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바르자니는 지난달 언론과의 회견에서 “사담 후세인이 석유도시인 키르쿠크에서 쿠르드족을 쫓아냈다. 이제 키르쿠크를 다시 쿠르드인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족간 땅 분쟁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독립은 어려울 듯=쿠르드족 출신인 로슈 샤와이스 과도정부 부통령은 적어도 내년 1월 총선까지는 과도정부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쿠르드족은 내년 10월경 제헌국회가 만들 영구헌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도정부에 협력하면서 영구헌법에서도 연방제를 명시, 독립국가의 초석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연방제는 몰라도 분리 독립은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내 아랍족은 물론이고 이란 터키 시리아 등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인접 국가들도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제가 무산된다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터키 이란 등지의 동족들과 연대해 새로운 저항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마수드 바르자니 신상명세▼

○1946년 이라크 마하바드 출생

○1962년 페시메르가(민병대)에 입대

○1970년 쿠르드민주당(KDP) 대표

로 이라크 정부와 평화조약 체결

○1979년 KDP 당수로 취임

○2003년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


▼잘랄 탈라바니 신상명세▼

○1933년 이라크 켈칸 출생

○1951년 쿠르드민주당(KDP) 가입

○1964년 KDP에서 분리 독립

○1975년 쿠르드애국동맹(PUK) 결성,

당수로 취임

○2003년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