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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건강파일]탤런트 이경진씨

입력 | 2004-07-04 17:22:00

탤런트 이경진씨는 골프로 갱년기장애를 넘었다. 이씨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할 때 중년이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탤런트 이경진씨(48)와 프로야구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2년 7월 1일. 프로야구 원년 올스타전이 열린 부산 구덕구장. 야구팬의 시선은 온통 시구(始球)를 하는 미모의 톱스타에 쏠렸다. 그가 바로 이경진씨였다. 그는 아직 독신이다. 몸매는 20대 못지않게 날씬하다.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로 활동도 왕성하다. 그러나 갱년기 장애는 어김없이 그에게도 찾아들었다. 그의 극복기를 들어봤다.》

○ 갱년기 장애의 습격

몇 개월 전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곧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두통은 점점 심해졌다. 눈도 빠질 것처럼 아팠다. 속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그러다 우울증에 빠졌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데도 외로움을 심하게 탔어요. 그런 걸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 부르나 봐요. 그렇게 사람을 그리워한 적은 없었을 거예요.”

이런 증세는 2∼3개월간 그를 괴롭혔다. 병원에서 호르몬제 처방을 받아 복용했다. 다행히 증세가 사라졌다. 최근 갱년기 장애가 다시 찾아왔다. 다행히 증상은 예전보다 가벼웠고 바로 사라졌다.

“몸의 컨디션을 항상 잘 관리하세요. 갱년기 증상은 일에 몰두했거나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서 나타나진 않아요. 그것은 심신이 피곤하고 힘들면 슬금슬금 들어옵니다.”

40대 초반 폐경이 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그는 아직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평범한 주부라면 다르지 않을까. 그는 “주부들은 폐경이 되면 ‘여성으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며 괴로워하기 때문에 증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운동으로 극복했다.

“기계가 멈춰 있으면 녹이 스는 것처럼 우리 몸도 자꾸 움직여 줘야 병이 안 생기죠. 갱년기 장애도 같지 않을까요? 운동을 하세요.”

그는 10여년 전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골프는 취미생활이었다.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골프는 치료법이자 운동으로 바뀌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골프는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됐어요. 스코어에 민감할 필요가 없어요. 저 역시 내실 있게 운동을 했습니다.”

그는 적성과 취미에 맞는 운동을 골라 할 것을 권했다. 자신의 경우 골프가 그런 운동이란다. 그는 매주 2회 정도 필드에 나간다. 실력은 80∼85타 정도로 수준급이다.

그는 얼마 전 종합검진을 받았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신체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10년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의사는 “맥박이 느리고 혈압이 낮으며 신체반응도 느리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 매일 오전 골프 연습장에서 40분가량 공을 친다. 운동이 끝나면 사우나에서 20분 정도 땀을 뺀다. 이렇게 하면 몸이 개운해진단다.

○ 즐겁게 중년 보내기

‘잘 먹고 재미있게 산다.’ 그가 말하는 갱년기 장애 예방법이다.

젊었을 때부터 식사량이 적었다. 그러나 두 차례 갱년기 장애를 겪은 뒤에는 달라졌다.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꼭 챙겨 먹는다. 정 먹을 게 없으면 식사대용으로 맥주라도 먹는다. 영양이 불충분하면 우울증이 도진단다.

그는 음식으로 영양 섭취가 어렵다면 영양 주사를 맞거나 종합비타민제, 로열젤리나 유산균 우유, DHA같은 건강식품을 보충해서 먹는다. 물론 의사의 추천을 받은 식품만 먹는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영양은 반드시 챙기란다. 가령 탄산음료는 안 먹어도 좋지만 살이 찐다며 우유를 기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건강한 중년을 보내려면 20, 30대 때부터 미리미리 영양에 신경을 쓸 것을 권했다. 그래야 갱년기 장애도 잘 나타나지 않고 설령 증세가 생겨도 가볍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이 즐거우면 몸도 즐겁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늘 “사람은 약간의 착각 속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란다. 그리고 그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쏟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만족하게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는 게 그의 건강철학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전문의 평가…균형있는 영양 섭취 중요▼

갱년기 여성에게 “늙었다”라고 하면 ‘지독한 편견’이자 ‘두 번 울리는’ 행위다. 요즘엔 심리적 요인으로 30대에서도 갱년기가 나타난다. 더 이상 갱년기를 여성노화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갱년기는 보통 생리불순으로 시작해 얼굴홍조와 땀으로 이어진다. 우울증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난소 기능이 사라졌다 되살아나는 현상을 반복함에 따라 증상 또한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탤런트 이경진씨는 골프를 통해 갱년기 장애를 떨쳤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을 틈틈이 하는 여성일수록 증상이 경미하고 또 잘 극복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추가로 일주일에 4회 이상 40분씩 빨리 걸을 것을 권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급성 갱년기 장애는 한국 여성의 70% 이상이 경험하고 이 중 25%는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씨의 증상은 가벼운 편이다. 보통 호르몬 치료를 받는데, 2주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난다.

이씨처럼 늘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박 교수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와 녹황색채소, 콩을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탄수화물은 총 열량의 60% 정도, 단백질은 권장량의 2배 이하로 먹는 게 좋단다.

이와 함께 갱년기부터 체내 대사율이 떨어져 비만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항상 체중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