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지난달 28일 기획예산처 주최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 나온 재정 전문가들도 이 같은 우려를 정부에 강도 높게 전달했습니다. 이날 토론회가 정부 주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지요.
예산처가 마련한 초안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주최측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요즘 어떤 부처가 담당해야 할지도 모를 국책사업을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보를 내놓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컸습니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책사업에 ‘200조원이 든다’ ‘300조원이 든다’는 식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책사업에 필요한 재정수요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내놓고 사회적인 토론에 부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교수는 “앞으로 예산 들어갈 일은 많고 돈은 부족하다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국가채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상투적인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진영환 국토연구원 부원장도 “국민들 사이에는 ‘나랏빚은 계속 늘어가는데 도대체 국가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걱정이 많다”며 “정책당국이 재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은 의무”라고 거들었습니다.
허길행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재정운용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재정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자들은 특히 전승훈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소장의 고언(苦言)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선진국들의 재정계획을 보면 엄청난 지출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아쉽게도 우리의 계획에는 그런 고민이 없는 것 같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