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월마트가 대규모 송사에 휘말렸다.
최근 미국 법원은 월마트 여직원 6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집단소송으로 인정했다. 임금과 승진에서 여성 근로자들을 차별했다는 것이 원고들의 주장이다. 월마트의 전현직 여직원 160만명이 참가하는데다 보상금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소송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집단소송으로 인정한 것이 성차별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므로 결과는 아직 모를 일이다.
월마트가 어떤 기업인가. 월마트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1위에 올랐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기업 혁신, 경영 투명성, 조직원 능력 향상 등 8개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능력 위주의 임직원 선발’ 등 공정한 인사관리도 기준의 하나인 셈이다. 실제로 현재 월마트 본사에서 수석 부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진 24명 가운데 4명이 여성이다.
한국은 어떨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0개 기업, 13명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에만 임원이 1300여명인 것을 생각하면 지극히 미미한 수다.
고객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업무 성격상 여성의 능력이 잘 발휘될 것 같은 유통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 현대 신세계 삼성테스코 등 백화점과 할인점업계 빅4는 전국에 160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여성 점장이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이들 빅4 유통업체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의 직급은 차장이다. 일부 임원도 있지만 이들은 대주주의 딸이라는 점에서 예외다.
“남자 동기들은 입사 2, 3년이 지나면 계장이 되고 또 2, 3년이 지나면 과장이 되는데 여자들은 승진이 안 돼도 그러려니 해 왔어요.”
한 유통회사 여직원이 털어놓는 말이다.
백화점업계 한 남자 간부는 “유통업이 겉보기에는 소프트하지만 영업이나 협력업체 관리 등 힘든 일이 많아 여성이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193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미스코시 경성지점)이 설립된 이래 근대유통역사 74년간 여성 임원 한명 키우지 못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도 여성들의 취업과 승진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인재 확보에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월마트의 사례와 한국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한국 기업들이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