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람(6)
패왕은 다시 옛 제나라 마지막 왕 전건의 손자인 전안(田安)을 제북왕(濟北王)으로 세우고 박양(博陽)에 도읍하게 하였다. 전안은 패왕 항우가 막 하수(河水)를 건너 조나라를 구원하였을 때, 제수(濟水) 북쪽의 성 몇 개를 진나라로부터 빼앗은 뒤 패왕에게 투항해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패왕을 따라다니며 세운 공이 적지 않아 제나라 땅 일부를 봉지로 받게 되었다.
제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세운 왕은 제나라 구석으로 쫓겨나고, 내쫓은 왕의 아우는 다시 제나라 왕으로 오게 되자 전영(田榮)은 그렇게 만든 패왕을 크게 원망하였다. 거기다가 또 전안까지 제북왕으로 세워 제나라를 세 토막으로 가르자 전영은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군사를 일으켜 패왕이 새로 왕으로 세운 전도(田都)가 제나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전영은 패왕에게 맞서려고 군사를 움직인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엄하게 단속했지만, 장량이 풀어놓은 눈과 귀를 속이지는 못했다. 아직 전도가 도읍인 임치(臨淄)에 이르기도 전에 장량의 귀에 그 소식이 들어갔다.
장량은 패왕의 눈길을 한왕 유방과 한중(漢中)으로부터 전영과 제나라로 돌리게 하는데 그 일을 써먹기로 작정했다. 이번에는 패왕에게 글을 올려 전영이 꾀하는 바를 일러바쳤다.
하지만 패왕은 그런 장량을 잘 믿으려 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범증까지 전영보다는 한왕 유방이 더 큰 걱정거리임을 곁에서 되뇌자 여전히 한왕과 한중 땅만을 날카롭게 살폈다.
그런데 장량의 글이 올라온 지 보름도 안돼 곁에서 부리는 신하 하나가 패왕에게 급한 목소리로 아뢰었다.
“사수(泗水) 쪽으로 나가 있는 용저(龍且) 장군에게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제나라 왕 전도가 산동에서 쫓겨 나와 패왕을 뵙고자 팽성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글 이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