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로 좀 더 ‘격(格)’이 높은 사람을 보내줄 수 없습니까.”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측 인사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 일본엔 주로 외교부 차관급(부부장) 인사를 대사로 내보내는 반면 한국엔 그보다 2, 3단계 아래인 부국장급을 대사로 임명해 왔다. 이 때문에 신임 주한 중국대사 부임 때마다 국내에선 ‘외교의 격’ 문제가 제기됐고, 이는 대중국 외교 비중을 크게 높여 온 한국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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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주한 중국대사의 임기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았지만 최근 서울 외교가에선 부임한 지 만 3년이 다 돼가는 리빈(李賓) 현 대사의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빈 대사는 2001년 9월에 부임했다.
특히 서울과 베이징 외교가에선 ‘차기 주한 중국대사로 역시 부국장급인 닝푸쿠이(寧賦魁) 한반도담당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설익은 설(說)’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주중 한국대사의 급이 너무 높은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하중(金夏中) 주중 한국대사는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전임자인 홍순영(洪淳瑛) 전 대사는 외교부 장관 출신이었기 때문. 반면 리빈(李賓) 중국대사는 주북한 대사관 공사참사관(부국장급), 그 전임인 우다웨이(武大偉) 전 대사는 주일본 대사관 공사 출신이었다.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와 주중 한국대사간의 ‘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외적으론 “외교는 대사의 ‘격’보다 그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중국이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도 주북한 중국대사로 꾸준히 차관급을 임명하는 것을 보면 외교의 ‘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한 중국대사의 ‘급’은 차차 높여나가면 되지만 주북한 중국대사의 ‘격’을 갑자기 낮추면 양국(중국과 북한)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