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법관’의 대명사 조무제(趙武濟·사진) 대법관이 다음달 17일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난다.
조 대법관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1993년 사법부 재산공개 때. 당시 그는 25평 아파트 한 채와 부친 명의의 예금 1075만원 등 6434만원을 신고해 고위 법관 103명 중 ‘꼴찌’를 했다. 1998년 대법관이 됐을 때도 7200여만원을 신고했다. 노모(사망) 치료비에 월급을 털어 넣느라 재산을 불리지 못했다는 후문.
그는 대법관 부임 이후에도 ‘딸깍발이 판사’의 삶을 이어나갔다. 서초동의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 오피스텔을 빌려 ‘나홀로’ 자취생활을 하고,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법관에게 배속되는 5급 비서관도 두지 않은 것.
조 대법관과 사법시험 동기(4회)인 심상명(沈相明) 전 법무부 장관은 “그 친구 집에는 전화기 TV 등이 골동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닥다리뿐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법관의 또 다른 특징은 대법관이 되기 전 지방에서만 근무한 ‘향판(鄕判)’이라는 점.
경남 진주시가 고향인 그는 부산의 동아대 법정대를 마친 후 대법관이 되기 전까지 부산 대구 마산 진주 등 영남 지역에서만 근무했다.
조 대법관은 요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양심적 병역 거부’ 상고심 사건 등 남은 사건들의 기록을 살펴보며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 후에는 고향격인 부산으로 낙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법률회사)의 ‘모셔가기’ 0순위 대상이지만 현재로서는 변호사 개업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