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는 최근 도쿄(東京) 도심 긴자(銀座)에 있는 본사를 2010년까지 수도권의 항구도시인 요코하마(橫濱)로 옮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요코하마시는 고정자산세 등 시세를 5년간 50% 감면하고 건물 건립에 필요한 자금 중 최대 50억엔(약 52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코하마는 닛산자동차의 창업지. 일각에선 이런 인연을 들어 “닛산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닛산 경영진이 어설픈 ‘인정주의’에 빠져 본사이전을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
요코하마 인근에는 닛산의 엔진공장과 완성차공장,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서 있다. 물동량 기준으로 일본 제1의 항구인 데다 태평양을 끼고 있어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데도 유리하다.
카를로스 곤 사장은 “닛산을 유치하려는 요코하마 시장의 성의에 감동했다”면서도 “투자 총액과 이전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여러 후보지 중 이곳이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본 대기업 중에는 지방에 본사를 두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의 5층 건물이 본사인 도요타자동차는 나고야(名古屋)역 앞에 짓는 새 사옥이 2007년 완공되면 이곳으로 이전한다.
도요타시에 있는 공장과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여서 본부 부서와 생산현장의 업무가 긴밀하게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내년에 나고야 중부공항이 개통되면 교통이 한결 편리해지는 만큼 굳이 땅값이 비싸고 교통체증도 심한 도쿄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마쓰다자동차의 본사는 히로시마(廣島)에 있고 미쓰비시자동차는 내년 중 본사를 도쿄에서 교토(京都)로 옮긴다. 일본의 5대 자동차 메이커 중 도쿄에 남는 기업은 혼다자동차뿐이다.
전자업계에서는 마쓰시타전기가 창업지인 오사카(大阪)를 지키고 있다.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 사장은 “공장과 R&D 기능이 오사카에 모여 있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해 본사만 도쿄로 따로 떼어내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