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여왕에 오른 ‘시베리아의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
그는 ‘괴성녀’라는 독특한 별명을 갖고 있다. 경기 중 볼을 넘길 때 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붙여진 것.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샤라포바의 소음도는 역대 남녀선수를 통틀어 최고인 86.7데시벨. 이 수치는 오토바이 시동을 걸때나 디젤 기관차가 30m 떨어진 지점에서 내는 소음과 같은 정도라고.
그런 샤라포바의 우렁찬 기합소리는 승리의 원동력. 지난 4일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그의 별명은 ‘괴성녀’에서 ‘괴성의 여왕’으로 바뀌었다.
윔블던 제패로 샤라포바는 또 ‘이길 줄 아는 쿠르니코바’라는 얘기를 듣는다. 같은 러시아 출신의 ‘섹시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와 비교해서다. 육감적인 외모로 뜨거운 인기를 모은 쿠르니코바는 정작 테니스 코트에선 단 한차례도 단식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반면 1m83의 샤라포바는 쿠르니코바처럼 금발에 모델 뺨치는 미인이지만 윔블던을 포함해 4차례나 단식 우승을 해 미모와 실력을 겸비했다는 평가. 이같은 뛰어난 상품성으로 ‘황금알’은 떼논당상처럼 보인다. 실제로 나이키, 프린스, NEC컴퓨터 등과 스폰서 계약을 했으며 다른 굵직한 기업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샤라포바는 돈 보다는 운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 “우승했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변하면 머리를 때려달라고 부탁했다.” 잡지 표지를 장식하는 핀업걸보다는 테니스 선수로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게 그의 얘기.
샤라포바는 운동과 함께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수업으로 사회 수학 영어 등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윔블던을 치르면서도 틈틈이 숙제를 하느라 바빴다.
꿈많은 10대 샤라포바의 성공 신화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