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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이른 신인지명, 시드는 고교야구

입력 | 2004-07-05 18:07:00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린 2일. 이번 대회 처음이자 알루미늄 방망이를 상대로 한 마지막 완봉 투수가 되며 팀을 9년 만에 정상에 올린 덕수정보고 사이드암스로 에이스 최현호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틀 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최고 134km의 ‘느린’ 직구와 ‘작은’ 체격(1m79, 80kg) 때문이란 게 프로 측 설명. LG 정성주 스카우트는 “변화구와 제구력이 일품이고 야구센스도 뛰어나지만 딱 부러지게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는 게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제 18세에 불과한 최현호는 대회 최우수투수로 뽑히고도 프로의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프로의 지명이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열렸다면 최현호는 어떻게 됐을까. 결승전에서 5안타와 1볼넷만 내준 것을 비롯, 4승 무패에 평균자책 1.06의 성적이라면 일단 프로 유니폼을 입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최고의 전문성을 겸비한 프로 스카우트이 어떻게 결정을 내렸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문제는 대학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한다는 명분 하에 프로의 신인 지명이 너무 빨리 이뤄지고 이에 따라 안 그래도 파리만 날리는 아마대회의 위상이 갈수록 실추되는 악순환이다.

프로 지명은 1차의 경우 빠른 팀은 4월말에, 2차는 6월말에 결정해 이후 열리는 고교대회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기 십상. 실제로 황금사자기 대회기간 중 동대문구장에 나타난 스카우트의 숫자는 2차 지명 후인 결승전이 예선 때의 4분의1에 못 미쳤다.

스카우트들도 “최소한 전국대회 3개 정도는 지켜보고 선수를 골라야 하는데 일정상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사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대한야구협회에 황금사자기 대회일정을 앞당겨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내흔 협회 회장의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