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5일 발표한 후보지 평가 결과와 과정을 보면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때 추진됐던 임시행정수도 이전 계획인 ‘백지계획’ 수립 때와 거의 비슷하다.
이번 평가에서 최고점수를 얻은 충남 연기-공주(장기)지구는 박 대통령 때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던 곳.
본지가 입수한 백지계획에 따르면 당시 국내외 391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반은 행정수도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휴전선에서 70km 이상, 해안선에서 40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 △서울에서 140±60km 이내 지역 △국토면적 인구면적 산업분포 면에서 국토 중심점에서 반경 80km 이내 지역 등을 꼽았다.
지금 추진위가 후보지 선정 기준으로 제시한 개발가능성 균형발전성 등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당시 조사반은 이 조건을 충족한 후보지 10곳을 선정한 뒤 위치 개발가능성 지세 교통 등 9개 항목과 30가지 세부평가항목을 기준으로 2차 평가를 거쳐 △천원(충남 천안-충북 진천 일대)지구 △장기(공주)지구 △논산지구 등 3곳을 최종 후보지로 골랐다.
이 3곳은 지금 추진위가 1차로 선정한 충북 음성-진천, 충남 천안, 연기-공주, 공주-논산(계룡)지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당시 조사반은 한국 인구분포의 중심점, 산업분포의 중심점 등이 충청남북도 내 삼각점 안에 모두 밀집돼 있다고 판단했다.
위치 개발가능성 등 59개 항목을 A, B, C로 평가하는 최종 평가에서는 논산지구가 A 27개, B 21개, C 11개로 장기지구(A 27개, B 20개, C 12개)보다 근소한 차로 높게 나왔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이 조사반에게 “보다 넓은 시각으로 후보지를 선정해 보라”고 지시하자 조사반은 “항목별 평가만으로는 논산과 장기지구가 우열을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최종 후보지 선정은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냈다.
이는 당시 박 대통령이 일찌감치 장기지구를 후보지로 점찍고 있었기 때문으로, 최종적으로 장기지구가 선정됐다.
당시의 장기지구는 ‘대평지구’로도 불리는 곳으로 이는 5일 최고점수를 얻은 연기-공주지구의 중심점에서 서쪽으로 불과 5km쯤 떨어져 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