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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곤교수의 Really?]변덕쟁이 날씨, 슈퍼컴도 사흘밖에 못맞춰

입력 | 2004-07-06 18:19:00


7호 태풍 ‘민들레’의 진로 예측이 전 세계적으로 흔들렸다. 처음에는 중국 남부로 진입하리라 생각했지만 하루 만에 대한해협으로 바뀐다는 예보가 나왔다. 태풍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한국 미국 일본 모두 달랐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소멸됐지만 번번이 빗나가는 일기예보에 대한 ‘원망’은 사람들 마음에 남아 있게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원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의 첨단기술을 총동원해도 일기예보를 기껏해야 사흘 정도까지만 확실히 맞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자료의 수집이다. 각 지역에 설치된 관측소에서 온도 습도 풍향 기압을 측정하고, 기상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그리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 방정식에는 예를 들어 기압의 차이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것이 처음에는 아주 작아서 무시할 수 있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예상치 못한 큰 기압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날씨는 슈퍼컴퓨터로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이번 태풍은 대만을 지나면서 세력이 약해진 것이 ‘오보’를 냈던 한 가지 원인이었다. 원래 태풍은 강할수록 주변 기압을 무시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진로 예측이 쉽다. 하지만 세력이 약해지면 주변 기압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 예측이 어려워진다.

태풍은 세력이 약할수록 주변 기압으로부터 민감하게 영향받기 때문에 정확한 진로 예측이 어렵다.

이런 변수와 함께 관측소가 많지 않아 자료가 불충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사흘까지는 웬만큼 믿을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잘 맞지 않게 된다. 한 주나 한 달의 날씨는 지난 수십년 동안의 자료에서 특징적인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사흘까지의 날씨를 참고해 예측한 것에 불과하다.

날씨 현상은 먼 곳의 작은 기류 변화가 이곳에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 때문에 더 복잡해진다. 이런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최근 물리학의 ‘복잡계 연구’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날의 날씨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이 현재의 결론이다.

고려대 물리학과교수 cha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