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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서해교전 추모 사이트’ 운영 김종선씨

입력 | 2004-07-06 18:21:00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 김종선 대행 대표는 올해 대학에 입학해 언론홍보학을 공부하고 있다. 서해교전 당시 일부 방송에서 ‘남측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기가 막혀 보도의 메커니즘을 직접 밝혀보자는 오기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강병기기자


한일 월드컵 열기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던 2002년 6월 29일 아침. 김종선(金鍾善·30)씨는 그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계근무를 위해 바다로 나간 남편 한상국(韓相國) 중사가 북한 해군함정의 기습공격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불과 반년 만에,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남편을 잃어버린 슬픔은 김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다.

언니가 사는 캐나다에서 4개월간 은둔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초 인터넷상에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cafe.daum.net/pkm357)’ 사이트가 개설된 것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다 희생된 남편의 뜻을 기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씨의 직함은 추모본부 대행대표. 자신은 유족이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할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개설 당시 12명이 모여 시작한 사이버 추모본부의 회원은 현재 3400명 선에 이른다. 꾸준히 증가해 오다 최근 김선일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회원수가 2500명에서 껑충 뛰었다. 김씨가 이라크 테러단체에 참수당한 비극적인 사건을 놓고 촛불집회가 열리고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한 반면 2년 전 대한민국 영해를 지키다 순국한 서해교전 전사자 6명에 대해선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반성 여론 덕분이었다.

요즘 김씨는 서해교전 당시 남편과 함께 침몰했다 인양된 해군함정 참수리호(PKM357)를 생생한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원래는 참수리호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서울 전쟁기념관으로 옮길 것을 희망했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 차선책을 생각해낸 것이다.

“며칠 전 2주기 추모식 때 해군참모총장과 함대사령관께 참수리호를 안보교육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좋다고 하시더군요. 조금이나마 남편의 뜻을 받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