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미국인 에스더 안나(여·33)는 신용카드 때문에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올 때 가져온 국제신용카드인 비자카드는 호텔 외에는 통용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 또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받는다고 써 있는 음식점도 막상 계산할 때는 결제가 되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안나씨는 할 수 없이 국내 은행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 했으나 이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는 “카드사에서 VIP고객 수준의 한국인 보증인이나 1000만원 이상의 은행예치금을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마쓰다 다이(41)는 매주 월요일이면 은행에 가서 돈을 충분히 찾아 놓는다. 은행이 문을 닫는 주말에는 마땅히 환전할 곳도 없고, 갖고 있는 국제신용카드로 돈을 찾을 수 있는 현금지급기를 찾는 일도 어렵기 때문이다.
마쓰다씨는 “한국에서는 국제신용카드를 읽을 수 있고 영어로 된 현금지급기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현금을 갖고 다니는 것이 불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외국인들은 또 한국에서 할부로 차를 사는 것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서울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서울타운미팅’에서 한 외국인은 “부동산은 살 수 있게 하면서 왜 차는 할부나 오토론으로 살 수 없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웬만한 나라에서는 은행에서 어느 정도의 금융 실적이 있거나 신용도가 있으면 차를 사기 위한 대출을 해 준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 관계자들은 “상장기업 임원급 이상의 외국인들은 신용카드도 쉽게 발급되고 대출도 쉽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외국인들은 여러 여건상 조건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OTRA 황규준 투자환경개선팀장은 “외국인들이 할부금을 갚지 않고 출국해 생기는 손해는 카드 발급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해결할 수 있고, 무기명 전자식 선불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직불카드를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