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 이전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 재정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이 추가로 들어가면 재정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한계가 있는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 경제 최후의 버팀목인 재정이 흔들린다면”=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한국 경제는 외부 여건 변화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로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일한 버팀목은 재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늘어나는 복지예산, 미군 감축에 따른 국방비 증액, 국민연금의 잠재적인 부실 등 돈 쓸 곳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에 막대한 돈을 쓰겠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김준영(金峻永) 교수도 재원 조달 계획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조세부담이 커지고 연금 등 사회보장성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도 이전을 위해 세금을 추가로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통상적인 예산만으로는 이전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 이전, 경제적으로 타당한 결정인가=경제전문가들은 수도 이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표학길(表鶴吉) 교수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잠재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라며 “신도시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 투자보다는 연구개발(R&D)이나 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종화(李鍾和) 교수는 “경제논리로 수도 이전을 보자면 코스트(비용)는 확실히 들어가는데 결과는 상당히 불투명한 사업”이라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수도를 옮긴 뒤 ‘경제 흥행’에 성공한 국가를 찾기 힘든데 ‘우리는 성공할 것’이라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 타당성 검토와 수도 이전 비용 논란=우선 사업 타당성 검토가 충분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한다. 서강대 경제학부 곽태원(郭泰元) 교수는 “수도 이전과 같은 문제를 결정하려면 적어도 몇 년간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며 “이 같은 중요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결정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도 이전으로 모두 45조6000억원이 들어가고 이 가운데 민간에서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에 순수한 정부 부담은 11조30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안재욱(安在旭) 교수는 “정부의 재원 조달 계획에는 ‘희망이 섞인 추정’이 많다”며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할 민간이 과연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주와 연기로 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