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당하동 와토스코리아㈜ 송공석 사장(52)은 5일 오후 3시 회사 문을 나섰다.
회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K대 학생인 과외교사로부터 학사 과정의 영어와 수학을 배우기 위해서다.
매주 월, 목요일 오후 3∼10시 진행되는 개인 교습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는 명문대인 K대 경영학과 수시모집(특기자 전형)에 응시해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요즘 학사과정에서 배울 주요 과목을 예습하고 있는 것.
초등학교 졸업자인 송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불과 1년여 만에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꿈에 그리던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쉰 살이 넘어 대학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다만 수출시장을 확대하려다 보니 외국어뿐만 아니라 일반 상식도 많이 갖출 필요가 있다고 느껴 대입에 도전했지요.”
만학도의 길을 걷게 된 송 사장은 17세 때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맨 주먹으로 상경했을 때의 어려움을 잊지 않고 있다.
회사 경영을 위해 자신의 ‘업그레이드’에도 꾸준히 신경 쓰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1999년부터 생산 부품 1개를 팔 때마다 수익금 중 50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적립하는 등 매년 총 이익금의 1% 이상을 복지시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송 사장은 또 자신의 고향에서 부지 700평 연면적 70평 규모의 노인복지회관을 짓고 있다. 12월 개관할 예정인 이 곳은 공동 취사장, 목욕탕 등 숙식시설을 갖추게 된다.
그는 “젊은이가 다 떠난 시골에 남은 노인들은 난방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고 있고 음식도 잘 해먹지 않고 있다”며 “여럿이 함께 말동무도 하면서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복지시설이 요긴할 것 같아 지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나 불우이웃에게 수술비를 여러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사업에만 몰두해오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성공의 길은 아직 멀지만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고 능력껏 실천하려는 것뿐입니다.”
이 회사는 욕조 기기와 양변기 부속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수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절수형 기기로 KS, 환경마크 인증을 받았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