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는 가끔 설거지를 한다.
올해 연봉만 해도 1387만9164달러. 억만장자가 그릇을 직접 닦는다니.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맛있는 음식을 담기 위해 부엌에서 그릇을 닦다보면, 자신의 마음도 뭔가를 채우려면 말끔히 비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는 얘기다.
요즘 들어 박찬호는 이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허리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외롭게 재활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5월2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게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엔트리에서 빠진 박찬호는 7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http://chanhopark61.com)를 통해 애절한 심경을 밝혔다.
박찬호는 “잠들어 있을 그대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며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팬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 자신도 미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팬들이 나를 바로 서게 한다”며 “그저 말없이 엄지손가락 하나만을 보이며 미소를 지어야겠다”고 성원에 감사했다.
앞으로 재기 여부에 대해선 “우리가 아는 분명한 것은 그것으로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말미에는 ‘번뇌가 없으면 세상도 없다. 번뇌를 비틀면 빛이 된다. 빛은 텅 빈 곳을 날아다니는 새다’라는 초의 스님의 시를 남겼다.
박찬호가 남긴 글에는 이날 하루에만 100건이 넘는 팬들의 댓글이 붙었는데 어떤 어려움에도 꼭 부활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이 줄을 이었다.
올 시즌 2승4패 평균자책 5.80에 머문 박찬호는 4일 루키리그 메사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복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마음을 비운 박찬호는 그리 서두르지 않을 것 같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