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 한복판 시나노마치(信濃町)역을 나서면 ‘창가학회(創價學會·소카가카이) 타운’이 나타난다. 창가학회 본부를 비롯해 산하 부인회, 청년회, 신문사 등이 몰려 있다.
현재 821만가구를 신도로 두고 있는 창가학회는 사실상 일본 최대의 종교단체. 이를 모체로 1964년 탄생해 현재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 당사도 창가학회 타운에 있다. 거리 곳곳에서 검은색 양복바지, 흰색 반팔 셔츠에 넥타이를 단정히 맨 경비원들을 볼 수 있다. 지금 창가학회 타운은 11일 참의원(상원에 해당) 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뜨거운 구애 공세를 받고 있다. 특히 자민당은 연일 공명당과 창가학회에 ‘SOS’를 치고 있다. 창가학회 회원 규모가 워낙 커 당락을 뒤바꿀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심야에 도쿄시내 의원숙소에 있던 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 공명당 간사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이었다. 공명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10여개 선거구에서 자민당이 박빙 상태라며 “조금만 더 밀어 달라”고 간청했다. 자민당은 그 대가로 “비례대표는 공명당을 찍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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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학회는 1930년경 종교단체가 아니라 교육단체로 출범했다. 이후 불교 종파인 니치렌종(日蓮宗)과 연결되면서 종교단체로 변신해 1950년대 중반 이후 고도성장기에 급성장했다. 지금은 니치렌종과 결별한 상태다.
‘현세(現世)에서의 이익’을 강조하는 신흥 종교단체를 오늘의 거대한 정치세력으로 키워낸 사람은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76) 명예회장. 1960년 3대 회장에 오른 그는 1964년 공명당을 만들었다.
공명당은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34석을 획득해 탄탄한 위상을 재확인했다. 참의원에도 23명의 의원을 거느린 상태에서 이번 선거를 맞는다. 정강 정책은 보수·중도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자민당의 안정의석 확보를 위한 ‘장식품’ 정도로 여겨졌던 공명당은 이제 일본 정계의 캐스팅보트를 쥔 존재로 성장했다.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237석(총 480석)을 얻었으나 공명당-창가학회의 협력이 없었다면 156석에 그쳐 야당인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겼을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최근 분석한 바 있다.
최근 저서 ‘창가학회’를 펴낸 종교 연구가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는 “공명당에 의존하면 할수록 자민당은 자율성을 상실하면서 내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공명당이 자민당을 떠나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