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없는 데 회사의 대표이사가 선임되는 기이한 일이 빚어졌다.
대한전선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쌍방울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성구 대한전선 상무와 고승환 베스트디 대표, 천주욱 스탠다드 대표 등 3명을 신임 이사로, 서경민 헤르메스 투자자문 대표를 신임감사로 선임했다. 이어 오후에는 이사회를 열고 김성구 상무를 쌍방울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쌍방울 본사는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텅 비어 있었다. 1대 주주인 대한전선과 2대 주주인 SBW홀딩스의 지루한 경영권 분쟁에 몸서리를 친 870여명의 직원들이 '양대 주주간의 화해'를 주장하며 3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대한전선이 경영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쌍방울의 경영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자사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는 데 실패했었다.
이날 임시 주총은 쌍방울의 지분 33.14%를 가진 대한전선의 요청으로 열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쌍방울의 2대 주주인 SBW홀딩스측이 참석하지 않아 상정안건이 99%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SBW홀딩스는 지난해 11월 부도가 난 뒤 내부 분쟁 등으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쌍방울은 1997년 10월 부도 이후 2002년 11월 에드에셋(현 SBW홀딩스)에 인수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나, 최근 대한전선이 최대 주주로 부상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쌍방울 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김태훈 위원장은 "SBW홀딩스의 파산 신청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은 계속돼 왔다"며 "양대 주주의 합의가 없는 한 회사의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전 직원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은 SBW홀딩스 내부 권한 다툼으로 쌍방울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한전선이 관련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