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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인테리어]보석같은 ‘보헤미안의 꿈’…크리스탈 대전

입력 | 2004-07-08 16:23:00


세계적인 크리스털 전문 회사 스와로브스키와 와인 잔으로 이름 높은 리델의 기원이 체코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와로브스키가(家)는 대대로 과거 보헤미아 지방의 유리 공방에서 기술을 익혔고, 같은 지역의 리델가는 세계2차대전 때 보헤미아를 점령한 독일군의 명령에 따라 고난도의 유리 세공기술을 요하는 레이더 스크린을 만들었다.

보헤미아는 지금의 체코 북부 지역으로 독일과 폴란드 국경 사이다. 보헤미아는 유럽에서 ‘보헤미아 유리는 마술이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유리의 땅’이라고 불리는 보헤미아, 즉 체코의 유리 작품이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보헤미아 명품 크리스털 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다.

보헤미아 유리가 유명한 이유는 먼저 자연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유리는 기본적으로 규사의 산화물과 재 등의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다. 보헤미아는 아주 먼 옛날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빙하기를 거치면서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따라서 질 좋은 규사를 함유한 사암과 숲의 나무에서 풍부한 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16세기 후반 보헤미아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루돌프 2세는 보헤미아의 유리 장인들에게 세금 면제 특혜를 주며 장려한 것도 한 요인이었다.

보헤미아 유리의 발전은 17세기 유리공예기술을 이끌던 베네치아 유리 장인들의 이주와, 크리스털의 발견, 그리고 보헤미아만의 독특한 유리공예 기술의 창조에 기인한다.

자연에서 나는 수정(크리스털)이 아닌 인공 크리스털은 1676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크리스털은 납이 들어간 유리다. 산화된 납이 함유된 유리는 빛의 투과율이 높아 더욱 투명하며, 납이 들어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묵직하고 가공할 때 잘 부서지지 않는다. 재질도 부드러워 여러 가지 문양을 새기거나 자르기에 수월하다.

보헤미아의 유리 장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크리스털에 적용해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검은 색을 띠는 히야리스(hyalith·그리스어로 유리라는 뜻) 유리와 빨간색을 내는 루비 글라스, 구리나 돌로 된 바퀴 모양의 둥근 판을 돌려 유리 표면을 갈아 장식하는 ‘바퀴 새김(wheel-engraving)’기법, 유리 사이에 금을 넣는 ‘이중벽 유리’ 등이 보헤미아 유리를 대표했다. 이 기법들이 정착된 18세기부터 보헤미아 유리의 명성은 유럽 전역에 퍼졌다.

1950년대 들어 체코의 유리 장인들은 그릇, 잔 같은 실용성보다 예술 작품의 소재로서 유리를 보기 시작했다.

유리는 녹았을 때 플라스틱처럼 틀에 넣기, 누르기, 길게 뽑기, 불기, 말기 등이 가능하다. 굳었을 때는 자르고, 깎고, 조각하고, 새기고, 표면에 모래를 뿌리고, 색을 칠하고, 윤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빛을 투과하고 반사하는 성질과 표면의 부드러움과 거칠음도 예술적으로 승화된다.

체코는 유리의 예술적 성질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고 수준의 유리 작품을 제작해 왔다. 스타니슬라브 리벤스키와 야로슬라바 브리흐토바 부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1958년 벨기에 브뤼셀 세계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이후 리벤스키 부부와 그들의 제자를 중심으로 체코 유리작품은 세계 유리공예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립 프라하 예술박물관 소장품과 리벤스키 등 현대작가 작품 18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 문의 02-539-9789, 02-582-7798)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