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성진농원 앞 해변에서는 그물로 고기를 잡기도 하고 갯벌에 뒹굴며 진흙장난을 칠 수도 있다. (작은사진)이 농원에서 참외, 옥수수 등을 마음껏 따먹으며 농촌체험을 만끽해도 좋다.
《섬의 모양새가 동서로 길게 뻗은 데다 봉우리가 많다 하여 이
름 붙여진 장봉도. 인천 옹진군에 속한 이 섬은 수산자원이 풍부해 낚시를 하거나 조개를 주우며 호젓한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천공항 개항으로 공항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면서 이곳에서는 도시인들이 색다른 농촌생활과 그물고기잡이도 체험할 수 있다.》
○ 섬에서 즐기는 농촌체험
호젓하긴 하지만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것이 섬 여행이다. 그러나 장봉도 안에 있는 성진농원에 가면 그럴 염려가 없다. 옹진군에서 유일한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된 이곳은 고구마와 감자 캐기, 포도 따기 등의 농촌체험과 갯벌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2000평 정도의 아담한 농원에 들어서면 하루 종일 ‘꼬끼오’ 하는 닭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마당에 핀 꽃들도 싱그럽다. 키 작은 채송화와 봉숭아, 꽃이 작은 수박만한 다알리아, 초여름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색깔이 네 번 변한다는 수국…. 포도밭 옆 좁은 해바라기 길을 걷는 맛도 색다르다.
농장 곳곳에 늘어져 있는 거미줄에는 거미가 메뚜기를 거미줄로 돌돌 말아 놓은 모습도 볼 수 있다. 농원 바닥에는 개구리도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봉숭아꽃을 따서 손톱에 물들일 수도 있다. 가장 예쁘게 물들인 사람에겐 수박이나 호박을 한 통 주기도 한다.
성진농원 숙박객들에게는 밭에 있는 호박, 고추, 상추, 참외 등이 모두 공짜다. 쌀만 가져오면 즉석에서 딴 싱싱한 농산물로 찌개나 반찬을 해먹을 수 있다.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 초순까지는 탐스럽게 열린 옥수수를 마음껏 따서 삶아 먹어도 된다.
○ 그물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들
농원 뒤 갯벌에서는 호미가 없어도 맨손으로 조개나 게를 잡을 수 있다. 잔돌이 널려 있는 바닷가에 손톱만한 게와 다슬기가 지천이다. 이곳 체험의 백미는 그물고기잡이. 두 사람이 20m 길이의 그물을 바닷물 속으로 갖고 들어가 양쪽으로 펼친 후 훑어 나오는 ‘후리질’로 하는 고기잡이다.
그물고기잡이는 물때를 맞춰야 한다. 가장 좋은 시간은 빠져나갔던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고기를 잡는 구역을 피해 옆으로 살금살금 들어가야 한다.
그물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갯벌 흙이 부드러운 옹암해수욕장 앞에서 많이 한다. 바닷물이 가슴 정도 차는 곳까지 들어가 그물을 끌고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정도. 새우와 망둥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운이 좋으면 바닷가재나 숭어도 걸린다. 서너 번 훑고 나면 양동이로 반 이상은 찬다. 그물을 한 번 훑는 데 의외로 힘이 많이 들어 여러 사람이 번갈아 하는 것이 좋다. 바닷물 밑이 개흙으로 돼 있어 발걸음 옮기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은 맨발로 걸어도 되지만 간간이 조개껍데기가 밟히기 때문에 양말을 신는 것이 안전하다. 갯벌은 아주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 같아서 자칫 미끄러워 넘어질 수도 있지만 넘어진 김에 개흙을 온몸에 발라 머드팩을 즐겨도 좋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은 필수.
잡은 고기는 농원에서 직접 구워먹거나 집으로 가져올 수 있다. 당일치기 여행은 물때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1박2일 일정은 잡아야 한다. 농원에서 숙박(4인 가족 기준 5만원)을 하면 그물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성진농원 032-746-8003
○ 아기자기한 멋이 담긴 섬
예로부터 우리나라 3대 어장의 하나로 손꼽히던 장봉도는 가는 길을 찾기가 수월하다. 서울에서 영종대교를 건너 5km정도 가면 화물터미널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곳으로 접어들어 계속 직진하면 삼목교차로가 나온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장봉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삼목선착장이 바로 보인다. 오전 7시10분에 첫배가 뜨기 시작해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장봉도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장봉도 선착장에 내리면 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인어상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아주 오랜 옛날 이곳 앞바다에서 인어가 잡혔다는 전설 때문에 세워진 조형물. 장봉도는 인어의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봉도는 차로 한 바퀴 도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고 섬 내 어느 봉우리에 올라가도 섬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은 섬이지만 아기자기한 멋이 곳곳에 담겨 있다.
선착장에서 오른편으로 들어서면 마치 아기공룡 둘리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앙증맞은 미니섬이 보인다. 멀굿이라 불리는 이 섬은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장봉도 도착(승선료 2300원, 자동차 1만5000원. 들어갈 때는 그냥 가고 나올 때 왕복요금을 받는다. 세종해운 032-884-4155
2.섬 둘러보기→농원 뒤 바닷가에서 다슬기 줍기→진촌해수욕장에서 일몰 감상
3.농원에서 싱싱한 농산물 따서 맛보기→봉숭아 물 들이기→숙박(4인 가족 기준 5만원)
4.물때에 맞춰 그물고기잡이→해수욕 후 귀가(장봉도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는 오후 6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