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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신경림 詩와 춤이 만났을때…‘우리 시대의 새’

입력 | 2004-07-08 16:41:00

사진제공 김복희 무용단


시인 신경림의 시가 춤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복희 한양대 교수가 이끄는 ‘김복희무용단’은 신경림의 시들을 토대로 저항시대 민중의 삶과 고난을 그린 현대무용 ‘우리 시대의 새’를 공연한다. 14, 15일 오후 7시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안무를 맡은 김 교수는 “신경림의 시 ‘어둠 속에서’에서 노래했듯이 ‘한여름인데도 거리가 새파랗게 얼어붙었던 시절’에 자유를 갈망하던 사람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체념 등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을 따온 ‘우리 시대의 새’를 비롯해 ‘어둠 속에서’ ‘잔칫날’ ‘불’ ‘비’ ‘농무’ ‘날개’ ‘파도’ ‘심야’ ‘초승달’ 등 신경림의 시 10여편이 춤의 모티브로 사용된다. 암울했던 시대에 더 높은 곳으로 날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시인 신경림의 눈을 통해 시에 투영됐고, 김 교수는 이를 토대로 사람들의 인간적 고뇌를 춤으로 표현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고뇌였기에 이 작품에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모든 무용수들이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을 상징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화려한 대형 무대 세트도 없이 자유를 속박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목발과 휠체어를 통해 그려낸다. 목발과 휠체어는 육체적 불구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핍박받은 자들의 정신적 아픔을 상징한다.

김 교수는 1978년 김영태 시인의 시 ‘덫’을 작품화한 이후 문학작품들을 모티브로 삼아 신작들을 발표해 왔다. 김종삼의 ‘창살에 비친 세 개의 그림자’,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신석초의 ‘바라춤’,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국내 작가의 시뿐 아니라 스페인 비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3대 비극을 다루기도 했고 화가 이중섭의 작품 세계도 춤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하는 데 대해 “세계인의 감정에 와 닿는 한국적 미의식과 예술형식, 또 서양적 교양이 담긴 현대 춤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1만∼2만원. 02-2290-1332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