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반-떴다방 ‘숨바꼭질’새 수도 입지가 사실상 확정된 뒤 인근 배후지역에 투자 및 투기 수요가 늘고 있다. 8일 건설교통부와 국세청 직원으로 구성된 합동단속반이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앞에서 불법 전매 단속활동을 벌이자 ‘떴다방’들이 50m 떨어진 주차장으로 피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조치원=박영대기자
8일 오전 충남 예산군의 한 중개업소. 땅 매매 상담을 하러 온 ‘서울 손님’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이들은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은 새 수도 인접 지역 정보를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측은 이미 ‘한발 늦은 감이 있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몇 달 전만 해도 평당 가격으로 논이 3만원, 도로에 접한 관리지역 토지가 6만∼7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논은 6만원, 관리지역은 20만∼30원 선까지 올랐다는 것.
새 수도 후보지인 연기군-공주시와 30∼50km 떨어져 있어 토지 거래가 자유로운 데다 최근 예산군청 신청사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히는 관작리와 이 주변 오가면 예산읍 일대 13만평이 자연녹지지대에서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게 시세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말이다.
새 수도 이전지역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발길이 충남 홍성군, 청양군, 예산군, 아산시, 충북 청원군 등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연기군 금남면 등지를 중심으로 반경 20km가량이 토지거래규제지역으로 묶인 데 반해 이 일대 지역은 ‘토지 수용’의 위험이 없으면서 당초 개발계획과 새 수도 개발사업이 맞물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곳들이다.
▽돈 풀리고 기대 심리 상승=아산신도시 1단계 사업구간인 고속철 천안아산역 일대 100만여평에 토지보상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것도 예산군 일대 시세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석 달간 6000억원 이상의 돈이 풀리면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어 유력한 대토(代土·보상금을 받은 땅주인들이 절세 등을 위해 재투자하는 주변 토지) 후보 중 하나인 이곳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
예산 땅사랑 부동산 관계자는 “새 수도와 서쪽으로 닿게 된다는 기대 심리가 발동해 시세 상승 폭이 최근 더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근처 중개업소도 최근 몇 달 사이 30여개가 늘었다”고 말했다.
또 주변 시세 변동에 힘입어 고속철 천안아산역과 가까운 아산시 음봉면 배방면 인근 토지들도 덩달아 꿈틀거리고 있다. 8일 아산시가 밝힌 아신시민 외의 ‘외지인’ 토지 보유 비율은 47.7%였으며 전체 토지의 4%는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구 거주민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계획과 맞물린 지역도=홍성군은 수도 이전 후보지 발표와 함께 며칠 새 호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매물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당초 충남도청 신청사 이전 유력 지역으로 꼽혔던 공주시가 새 수도 이전 지역으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신청사는 나머지 후보지역 중 하나인 홍성군 홍북면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홍성으로 가는 국도변에는 최근 두세 달 새에만 부동산중개업소 10여개가 새로 문을 열었을 정도다. 홍북면 택지개발지구 매물 호가는 두 달 전 평당 20만∼3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70만∼80만원대다.
청양군은 금강 자락을 따라 연기군과 이어져 있는 청남면 장평면 목면 정산면 등지에 최근 며칠 새 호가 변동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목면 정산면의 평당 가격은 관리지역 전답이 10만원, 2차로 도로변은 30만원, 임야는 7만∼8만원 선으로 한 달 전에 비해 모두 2배로 올랐다. 현장에서 만난 투자자 임모씨(43)는 “호가는 많이 올라 있으나 괜찮은 물건은 다 자취를 감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에 주의=충청권 전문 부동산정보업체 ‘집보아닷컴’ 배점숙 대표는 “특히 청양의 경우 농지가 대부분이고 보수적인 주민들 성향에 따라 충청권 토지 중 가장 가격변동이 작았으나 최근 한두 달 사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원래 개발계획이 있던 곳들에 수도 이전 호재가 맞물렸고, 거리가 멀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예산 홍성 청양 등지에 투자, 투기자본을 끌어들인 요인이 됐다”며 “현지 중개업소에 주변 시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호가의 물건이 적지 않게 나와 있으므로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예산=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